조규홍 "의대 증원 '2000명' 내가 결정…백지화 없다"

국회 복지위 의료공백 관련 청문회서 답변
"의료공백 100일 넘게 지속될지 예상 못 해"
"'미복귀 전공의' 대책 7월 초 발표…접촉 중"
복지차관 "'의새' 뜻 몰랐다…단순 발음 실수"
의료 공백에 "송구"…의협 회장은 "복지부 탓"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 계획이 없다고 명확히 밝혔다. 또 증원 자체와 더불어 핵심 쟁점인 규모 '2000명'은 자신이 결정한 것이라고도 했다.

조규홍 장관은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료계 비상 상황 관련 청문회에서 '문재인 정부 때 (의대 증원) 4000명 냈다가 두 달 안 돼서 백지화를 선언했는데 (이번 증원도) 백지화할 계획이 있는가'라는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없다"고 답했다.


▲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왼쪽)과 박민수(오른쪽) 제2차관.

조규홍 장관은 "지금 의료 공백이 심각한 것도 사실이지만, 몇 년 후에 빤히 일어날 심각성을 감안했을 때 1만명의 의료 인력 확충은 2035년까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대 증원 규모인 '2000명'을 둘러싼 의혹도 불거졌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들이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침해 받고 있는데, 의료대란은 윤 정부의 갑작스러운 폭력적 의대 확대로 촉발된 상황임을 동의하는가"라고 묻자, 조 장관은 "갑작스러운 증원은 아니고 작년 1월부터 협의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작년 국감(국정감사) 때도 2025년 입학정원부터 확대하겠다고 (복지위) 위원들께 말씀드렸다"며 "2000명은 의사 공급 부족을 계산해서 나온 숫자"라고 했다. 이어 "중간에 나왔던(보도됐던) 300명, 4000명, 1000명 (증원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서 의원이 "의사결정을 한 사람이 누구인가"를 묻자, 조 장관은 "제가 결정한 사안"이라고 답했다.

조 장관은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결정했다. 하루빨리 의사 공급의 의료 인력 수급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이를 위해 (의대) 교육이 6년임을 감안했을 때 2035년까지 균형을 맞추려면 5년 밖에 없어서 2000명을 했다"고 부연했다.

다만 넉 달 넘는 의료공백 장기화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조 장관은 "언제까지 (의료 공백이) 완료될 거로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100일 넘게까지, 넉 달 넘도록 의료 공백이 지속될 것은 예상하지는 못했다"며 "빨리 의료 공백 사태가 완화될 수 있고 해소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하고 현장을 이탈했을 때 의료계 내에서는 3~4주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게 정설이었다"며 "지금 (의료 공백이) 넉 달 가까이 되고 평시 대비 부족하기는 하지만 종합병원급 이상 입원, 수술 진료량은 굉장히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주민 복지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차관은 (의료 공백을) 3~4주 정도 예상했다고 말하는데 굉장히 나이브(naive)하게 예상하고 대비를 한 것"이라며 "주먹구구를 보여주는 한 예"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차관은 "정부가 3~4주 (의료공백을) 예상하고 짰다는 뜻은 아니고 의료계에서 그렇게 봤다는 것"이라며 "그만큼 유지가 어려울 거라는 것이 대부분의 의견이었다"고 반박했다.

미복귀 전공의 행정처분과 관련해서는 다음 달 초 정부 방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조 장관은 "전공의분들은 행정 처분에 관한 법적 부담이 있기 때문에 복귀자에 대해서는 처분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다"며 "미복귀자에 대해서는 현장 의견이나 복귀 현황을 이달 말까지 보고 대응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7월 초에는 발표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과 다른 방침을 적용할 수도 있고 기존 방침을 보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대 교수들을 통해 전공의들과 접촉하고 있다"고도 했다.

박민수 차관의 '의새'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앞서 박 차관은 지난 2월19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독일, 프랑스, 일본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동안 의사들이 반대하며 집단행동을 한 일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의사들이'를 '의새들이'로 들리게 발음하면서 의료계가 문제 삼았다.

이름이 '~사'인 직업을 '~새'로 바꿔서 말하는 것은 인터넷 등에서 흔히 해당 직업을 비하하는 의도로 사용된다.

박 차관은 "단순 실수로 뜻도 몰랐다"며 "즉시 유감 표명을 기자들을 통해서 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말을 많이 하다 보면 발음이 새는 것 같다"며 "의도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도가 안 나왔지만 당시 의료계 인사 중 대변인 역할을 맡은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주수호 위원장 발언 중에서도 그런 표현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 이후에는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부연했다.


의대 정원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다고도 했다. 박 차관은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 개혁 관련해 (대통령실과) 여러 차례 논의가 있었다. 논의 내용 중 당연히 의료계 반발도 있었다"고 답했다.

박 차관은 윤 대통령이 의사단체 집단행동으로 인한 환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어떤 대책을 지시했는지에 대해 "지시보다 비상 진료 대책을 만들어 전공의 이탈에도 중증 환자 응급환자 진료에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내용을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료 개혁을 추진하는 배경이 우리 의료체계가 적기 진료 역량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조치"라며 "이것이 바로 의료 개혁을 추진하는 가장 기본적인 동기"라고 강조했다.

다만 의료공백 장기화로 국민과 환자들이 고통받는 상황과 관련해서는 "의료 공백이 길게 지속되는 것에 대해 담당 차관으로서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반면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현 사태는 의사들이 만든 게 아니라 멀쩡하게 잘 돌아가는 시스템을 복지부 차관, 복지원 공무원들이 만든 사태"라고 정부 탓으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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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행정 / 윤환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