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경찰청, 원도심 외국인 기초질서 계도·단속
1시간 새 5건 적발, 범칙금 2~3만원…"몰랐다"
경찰 "가이드가 국내 기초질서 알려줬으면"
제주에서 경찰관이 보는 앞에서 대놓고 무단횡단을 한 중국인 관광객들이 잇따라 단속에 걸려들었다. 이들은 불법인줄 몰랐다며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벌금을 부과한 경찰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외국인 관광객과 접촉을 많이 하는 여행사나 가이드 등이 적극적으로 국내 기초질서를 알려주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5일 저녁 7시 제주시 연동 누웨마루거리. 제주경찰청은 이날 1시간30분가량 이 일대에서 '외국인 기초질서 계도·단속'을 벌였다. 면세점과 호텔, 음식점 등이 밀집해 있는 이곳은 제주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거리로 손꼽힌다.
최근 온라인커뮤니티에서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관광객들의 '길거리 대변', '편의점 쓰레기 방치' 등 추태를 벌인 내용의 인터넷 게시글이 잇따라 화제가 되면서 실태를 점검하고 경각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추진됐다.
기동순찰대와 관할 지구대 경찰관 10여명은 왕복 4차선 도로 양방향에서 무단횡단 단속에 중점을 두고 노상방뇨, 길거리 흡연, 쓰레기 투기 여부를 살폈다. 지나가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물티슈를 건네며 기초질서 지키기 캠페인도 전개했다.
단속 시작 10분이 지날 무렵 20대 중국인 관광객이 무단횡단을 하다가 적발됐다. 4~5m 옆에 경찰관이 떡하니 서 있었음에도 차가 오지 않는 것을 보고 그대로 차도를 건넌 것이다. 횡단보도는 약 100m 떨어져 있었다.
차량이 오지 않는 틈을 타 일행과 함께 무단횡단을 한 중국인 관광객들도 걸려들었다. 통역 담당자와 현장 경찰관들이 중국인 관광객의 신원 조회를 하는 동안 신호 대기 중인 차량 사이로 무단횡단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며 가다가 꽁초를 땅바닥에 던진 30대 중국인도 적발됐다.
한 시간도 안 돼 총 9건의 기초질서 위반 행위가 적발됐는데 이 중 5건이 중국인 관광객으로 나타났다. 무단횡단을 하려다 경찰의 제지를 받아 계도 활동에 그친 경우를 합하면 더 많은 실정이다. 경찰은 이들에게 모두 범칙금을 부과한 뒤 현장에서 현금 또는 계좌이체를 통해 납부 받았다.
이날 적발된 중국인 관광객들은 경찰관에게 '불법 인줄 몰랐다', '여행 왔는데 이렇게 까지 해야겠느냐', '모르고 한 것인데 벌금을 납부하라고 하니 억울하다', '왜 중국인만 단속하느냐', '공안도 적발 즉시 벌금을 내라고 하지 않는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 단속에 나선 경찰관은 "아무래도 중국과 한국 간의 문화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자국에선 아무렇지 않게 했던 행동들이 우리나라에서는 법규를 위반한 게 되니까 억울해 하시는 분이 많았다"며 "잘 설명하니 범칙금도 적극적으로 냈다. 불법 인줄 모르고 적발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안쓰러운 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경우 여행사나 가이드가 사전에 국내 기초질서를 알려준다면 이러한 위반 행위가 확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지자체와 관광 관련 기업·단체 등이 함께 머리를 맞대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추진하는 게 시급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1월부터 6월21일까지 도내 무단횡단 적발 건수는 총 353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외국인 보행자가 248건으로 약 70%를 차지했다. 적발된 248건 중 225건의 범칙금이 납부된 상태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횡단보도가 없는 곳에서 무단횡단을 하면 벌금 2만원, 횡단보도가 있고 빨간 불일 때 건너면 벌금 3만원에 처해질 수 있다.
곽병우 제주경찰청 차장은 26일 출입 기자단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외국인 밀집 구역을 중심으로 가시적인 치안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며 "무단횡단이 굉장히 많다. 야간 시간대에는 자치경찰이 근무를 하지 않기 때문에 책임감을 갖고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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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취재부장 / 윤동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