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탈북여성, 중국서 인신매매 당해…14살에 팔려가기도"

'2024 북한인권 서울포럼' 개최…북한 인권 개선 등 논의
김일혁 북한연구소 연구원, 탈북 경험·북한 실태 전해
줄리 터너 美국무부 북한인권특사, 국제사회 행동 강조

"14살 어린 나이에 팔려가는 비참한 상황을 겪어야 했던 탈북 여성들이 있다."

북한인권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탈북민 김일혁(29) 북한연구소 연구원은 11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2024 북한인권 서울포럼'에서 중국 내 탈북 여성의 인권 문제를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 연구원은 북·중 접경지역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강제노동 등 심각한 인권침해를 당하다 지난 2011년 가족과 함께 탈북했다. 지난해 8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공개회의에 참석해 북한 인권 침해의 실상을 비판하는 등 다양한 북한 인권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는 "많은 탈북 여성들이 나이를 불문하고 중국 내에서 인신매매를 당하기도 한다"며 "14살 어린 나이에 팔려가는 비참한 상황을 겪어야 했던 여성들도 있다. 북한 내에서나 중국 내에서나 북한 주민과 탈북민이 겪어야 하는 일들은 비참하고 잔혹하다. 그래서 신이 그 땅에 저주를 내린 것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라고 비판했다.

10살 무렵부터 강제 노동을 겪어야 했던 어린 시절을 전하면서 "한창 뛰어놀아야 할 나이에 자잘한 노동부터 모내기, 김매기 등 농작물 수확까지 대가없이 강제노동으로 얼룩진 유년시절을 보내야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먼저 온 친구 분과 전화통화를 했다는 이유로 아버지는 보위부에 끌려가 강제노동을 해야했고, 먹을 것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며 "그곳에서는 해변에 밀려온 마른 미역을 많이 먹었던 탓에 배가 터져 죽은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탈북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자유를 향한 여정을 시작한 후부터 한국에 오기까지 많은 목숨의 위협을 감수해야 했다"며 "두만강을 넘어 중국 대륙을 횡단하면서 잡힐까봐 마음을 졸여야 했다. 잡히면 북한으로 강제 후송돼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가 죽을 게 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북한 주민들의 삶은 더 힘들어지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 정권이 외부 교류와 정보를 막고 강력한 처벌을 하는 공포정치를 일삼으면서 '아사(餓死)자'가 많이 발생했다고 한다"며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하면서 외부 사상과 문화, 특히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고 유포했을 때 처벌한 사례들이 속속 나왔다"고 말했다.

통일부가 공개한 '2023년 북한인권보고서'를 전하면서 "한국 드라마 '태양의 후예' 유포죄로 노동 교화형 4년을 받거나, '사랑의 불시착' 등 한국 드라마가 담긴 USB를 유포했다는 이유로 공개처형 당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북한 주민들이 외부 정보를 많이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외부에서 지속적으로 정보를 대량 유입시켜 북한 정권이 주민들을 일일이 처벌할 수 없을 정도로 만들어야 한다"며 "국제사회에서 북한 정권을 압박하면서 인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줄리 터너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도 북한이탈주민 사회가 북한 인권을 조명하고, 북한 내에 정보를 유입시키는 데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터너 특사는 "탈북민 사회는 북한으로 정보를 유입시키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최근 탈북한 주민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북한 바깥에서 살고 있는 탈북민들의 모습과 이야기를 접한 뒤 호기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억압적인 김정은 정권 바깥에 존재하는 기회에 대해 궁금함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탈북민들은 북한 주민들이 외부 정보를 입수하고 공유하는 방법을 안다"며 "정보 접근성을 확대하고, 독자적이고 검열되지 않은 정보를 북한 내에 전파할 새로운 방법을 찾는 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북한의 인권악화 상황에 직면해 우리는 북한 정권에 책임을 지우기 위한 과감한 행동을 해야 한다"며 "작고 불안전한 정권의 정책적 변화가 국제사회의 압박으로부터 출발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은 인권에서 소외된 북한 주민의 실상을 알리고, 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사회와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서울시가 마련한 자리다.

오세훈 시장은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우리 동포인 북한주민들은 기본적인 자유와 인권을 누리지 못하고 전방위적인 인권탄압을 받고 있다"며 "북한인권 실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개선하기 위해 유엔, 우방국 등 국제사회와 적극적인 협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인권 피해의 직접 당사자인 북한이탈주민들이 대한민국 서울에서 진정한 인권을 누리고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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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취재본부 / 백승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