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없이 버티는 자립준비청년들, 주거 불안-우울 시달린다

월평균소득 156만원…주거 불안 경험률 35.9%
우울 고위험군 46%…자살 생각 답변률 24.8%

부모와 분리돼 아동양육시설이나 위탁가정에서 지내다 홀로서기를 하는 '자립준비청년'들이 주거 불안과 심리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24일 발표한 '자립준비청년 자립지원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자립준비청년이란 아동양육시설이나 위탁가정 보호를 받다가 만 18세(보호 연장 시 24세)가 되면 시설에서 나와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청년들이다.



지난 5월말 기준 서울에 거주하는 자립준비청년은 1509명이다. 매년 평균 150명 정도가 배출되고 있다. 여성이 51.0%로 더 많고 남성이 49.0%다.

부모와 함께 살고 있지 않은 이유는 '부모님 사망'이 22.1%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가족 해체, 이유 모름, 연락 두절 순이었다.

부모가 생존하고 있는 경우에도 자립준비청년의 59.4%는 부모를 만나지 않고 있어 대부분이 부모 등 원 가족과 관계가 단절돼 있다.

보호유형별로는 가정 위탁이 45.6%로 가장 많고 아동양육시설이 41.0%, 공동생활가정이 11.1%, 기타가 2.3%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들의 자립을 돕는 기간은 아동복지법에 근거해 18세 보호 종료 후 5년으로 한정돼 있다. 이 때문에 24세 이후에는 모든 지원이 일괄 중단돼 고연차(보호 종료 이후 3~5년차)들의 정서적 불안도가 높고 삶의 만족도는 낮아지고 있다.

부모 없이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탓에 경제적 기반이 취약하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립준비청년의 월 평균 소득은 156만원 수준이다.

생활비 부족을 경험한 비율은 68.1%에 달했다. 생활비 부족 시 해결 방법은 '친구나 이웃에게 빌린다', '은행 대출이나 마이너스통장 이용', '저축이나 예금이나 적금의 해약' 순이었다.

주거 불안을 경험했다는 비율 역시 35.9%였다. 주로 임대보증금 부족, 공과금·관리비 연체, 3개월 이상 월 임대료 연체 등이 주거 불안의 이유였다.

심리적, 정서적 취약성도 큰 실정이다. 자립준비청년 중 우울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비율이 46%에 달하며 자살을 생각해봤다는 비율이 24.8%에 이르렀다.

자살 생각에 대한 대처 방법을 묻자 '그냥 참음', '약물 복용 등 의료적 도움을 받음', '과식·폭식·미식 또는 흡연이나 음주 등 유흥' 순이었다.

사회적인 관계 역시 취약하다. 도움이 필요할 경우 요청할 수 있는 사회적 관계를 평가한 결과 자립준비청년들은 5점 만점에 2점에 그쳤다.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경우를 묻자 '돈이 필요할 때 갑자기 큰돈을 빌릴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경우'는 57.4%, '몸이 아파 집안일을 부탁할 사람이 없는 경우'는 44.3%, '몸이 아파 거동하기 어려울 때 부탁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경우'는 39.9% 순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자립준비청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보건복지부 등 중앙 정부 지원은 부족한 실정이다. 서울시가 마스터플랜을 마련해 비교적 촘촘한 지원책을 마련했지만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 있는 자립준비청년들은 더 취약한 환경에 노출돼 있다.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실장은 "정부도 나름 열심히 하고 있는데 법을 만들고 여러 기본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순조롭지 않은 상황"이라며 "법령 개정이 구조상 쉽지 않다. 템포가 조금 느리다. (서울시가 정부에) 소소하게 미세한 부분까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자립준비청년 정책을 선도하며 점진적으로 상황을 개선할 방침이다. 김 실장은 "서울시가 촘촘하게 잘 돌보다보면 중앙 정부 정책으로 가져갈 수 있고 타 시도로 확산될 수 있다"며 "서울시가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해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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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취재본부 / 백승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