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집단성폭행 연루 몰랐다"…충주시의회의 자가당착

밀양 사건에 견줄만한 4년 전 충북 충주 고교생 집단성폭행 사건이 후반기 충주시의회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다수당인 국민의힘이 후반기 의장 후보로 추대하기로 했던 강명철 시의원이 지난 8일 여야 시의원 전원이 참석한 의장 선거 본선에서 낙마한 이후 여당의 내분이 이어지고 있다.



강 시의원 의장 추대에 반대한 김낙우 현 의장과 박해수 전반기 의장의 이탈표에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의 표가 몰리면서 김 의장이 당선했다. 국민의힘은 야당과 야합한 김 의장을 제명했다.

일련의 갈등은 집단성폭행 사건 피고인 중 하나였던 강 시의원 아들 문제에서 시작됐다. 항소심을 앞둔 지난달부터 불거진 이 논란은 강 시의원 자질론으로 비화했으나 그의 아들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1~2심 모두 무죄 판결이 나오자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반격에 나섰다. 29일 기자회견을 연 이들은 "김 의장이 성폭력 문제를 명분 삼아 시민과 시의회를 우롱했다"며 의장직 사퇴를 요구했다.

김 의장은 그동안 강 시의원을 겨냥해 "시의회에 오명이 될 일은 없어야 한다"며 추대 불가론을 펴왔다. 자신의 의장 당선을 '구국의 결단'처럼 설명해 온 김 의장도 이번 항소심 무죄 선고에 머쓱해진 모양새다.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강 시의원 아들의 이 사건 연루 사실을 몰랐다고 강변했다. 알았다면 그를 의장 후보로 선출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미로 들린다. 무죄 판결에 환호하면서도 강 시의원 가족의 이 사건 연루에 관한 거부감은 여과 없이 드러낸 셈이다.

그러나 국민의힘 충주시당원협의회 관계자의 말과는 다르다. 이 관계자는 지난 2일 "그런 일을 모르고 (강명철 시의원을)뽑았다면 (당이) 문제제기를 했겠지만 대부분 알고 있었고, 알면서도 그렇게 결정한 것이어서 (당이) 이래라저래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지만, 유·무죄를 떠나 당과 여당 시의원 모두에게 이 성추문이 입에 올리기 거북한 '과거'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모르고 뽑았다는 여당 시의원들의 주장이 옹색한 이유는 또 있다. 국민의힘 의원총회 이후 강 시의원 아들에 관한 논란은 더 확산했지만, 의원총회 이전까지 "몰랐다"는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이제 와서 몰랐다고 목소리를 높일 정도로 지역 여론을 의식했다면 의원총회부터 시의회 본회의(본선) 사이 일주일 동안 의장 후보 교체 등 대안을 모색했어야 했고, 당사자인 강 시의원 역시 침묵 대신 설득력 있는 설명을 내놨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충주당원협의회 산하 17개 위원회 회의(국충련)에서도 "첫 단추를 잘못 끼우도록 한 것은 지역당협"이라는 내부 비판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2020년 여중생을 집단성폭행한 고교생 9명을 기소했다. 지난 18일 항소심 재판부는 강 시의원의 아들을 제외한 8명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강간 혐의로 기소됐던 그의 아들에 관해서는 "폭행, 협박 또는 위협으로 피해자 의사에 반해 간음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무죄 판결했다. 검찰은 9명 모두를 상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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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취재본부장 / 김은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