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살인' 피의자, 도검소지 허가 받아…심신미약 인정 어려울 듯

백모씨, 한밤중 일본도로 아파트 이웃 살해한 혐의
경찰 조사서 "피해자가 스파이라고 생각했다" 진술
심신미약 인정 여부 관건…"과거 유사 병력이 중요"
올해 초 발부받은 도검허가증이 중요 변수 될 수도

한밤중 일본도로 아파트 이웃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이 체포됐다. 그가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가 자신을 미행하는 스파이라고 생각해 범행했다'고 진술하면서 향후 심신미약 인정 여부가 수사과정에서 중요하게 다뤄질 전망이다. 피의자가 올해 초 도검소지허가증을 발부받았다는 점에서 심신 미약 인정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31일 서울 서부경찰서는 살인 혐의를 받는 백모(37)씨를 조사하고 있다. 백씨는 지난 29일 오후 11시27분께 서울 은평구 한 아파트 인근에서 80㎝ 길이의 일본도를 휘둘러 같은 아파트 주민 김모(43)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백씨는 경찰 조사에서 "산책하는 과정에서 김 씨와 마주친 적은 있으나 개인적 친분은 없다. 김 씨가 지속적으로 나를 미행하는 스파이라고 생각해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앞으로의 수사 과정에서 백씨가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는지 여부가 중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심신미약이란 정신의 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를 뜻한다.

만일 백씨가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사실이 인정되면 양형에 감경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피의자의 진술만으로 심신미약을 인정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범죄 피의자들은 자신의 죄를 축소하기 위해 심신미약을 주장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따르면 일반적인 살인은 기본 10~16년이 양형기준으로 정해져 있다. 여기에 범행 동기와 유형 등을 종합해 형을 정하게 된다. 예를 들어 장기간 가정 폭력에 시달리다 저지른 범행은 참작해 주고, 보복을 목적으로 한 범행은 가중해 처벌하는 식이다.

법조계에선 이번 은평구 일본도 살인 사건의 경우 범행 동기와 유형이 비난의 여지가 있어 일반적인 살인보다 가중 처벌될 수 있다는 해석이 많았다. 복수의 법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에 징역 15년 이상의 형을 예상했다. 한 변호사는 징역 25년 이상의 중형을 예측했다.

경찰은 백씨가 산책 과정에서 피해자와 마주친 적이 있을 뿐 개인적 친분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지만, 별다른 이유 없이 저지른 무작위 살인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는 부분이다.

또 백씨는 피해자의 어깨와 등을 벤 뒤, 김씨가 근처에 있던 아파트 관리사무실 쪽으로 가 신고를 요청한 이후에도 여러차례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살인이더라도 수법이 잔혹할 경우 가중 처벌받을 수 있다.

반면 이번 사건에서 감경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심신미약의 인정 여부에 대해 법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심신미약은 피의자 진술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건 아니고 과거의 유사 병력이나 동종 사건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엔 이를 더 까다롭게 검증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한다.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경찰이 지난 30일까지 확인한 결과 백씨가 정신과 치료를 받은 이력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백씨가 올해 초 도검소지허가증을 발부받았다는 사실도 심신미약 여부를 판단할 중요한 단서로 활용될 수 있다.

총포화약법은 '심신상실자,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 또는 알코올 중독자, 정신질환자나 뇌전증 환자'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집행이 끝난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 등을 도검을 소지할 수 없는 이들로 규정한다.

이러한 정황을 종합하면 적어도 백씨가 도검소지허가증을 발부받은 올해 초까지는 정신적으로 온전한 상태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과거 유사한 병력이 없었다면 백씨가 심신미약을 인정받을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지게 된다.

고동관 미리어드아이피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정신감정을 통해 정확한 판정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이 사건 이전에 유사한 이력이 없다면 심신미약이 쉽게 인정되진 않을 것"이라며 "이외에 원한에 의한 범행이었는지, 유족과의 합의 여부 등도 형량을 결정하는 데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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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차장 / 곽상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