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신앙 빠져 전 남편 폭행해 숨지게 한 전처·딸 "혐의 부인"

"폭행 행위 인정하나 돈 목적 없었고 사망 예견 못해"
함께 기소된 무속인 등 피고인들도 대부분 혐의 부인

신내림 굿 비용을 뜯어내려고 50대 남성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전처와 딸이 첫 재판에서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했다.



의정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오창섭)는 22일 오전 11시 10분께 강도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40대 전처 A씨와 10대 딸 B씨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들과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무속인 C씨와 강도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C씨의 전 남편 D씨도 함께 재판을 받았다.

검찰은 먼저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신내림 비용을 마련하지 못하자 자녀인 아들에게 신들린 연기를 지시하는 등 돈을 빼앗기로 공모했다"며 "피해자가 이후 자녀들을 성추행하려고 했다며 궁지로 몰아 돈을 빼앗으려 했고, 이후 피해자를 534회 폭행해 사망하게 했다"며 공소사실을 밝혔다.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A씨와 B씨 측 변호인은 "폭행 행위 자체는 인정하지만, 돈을 뜯어낼 목적은 없었고, 사망을 예견하지 못했다"며 혐의 일부를 부인했다.

C씨 측 변호인도 폭행 행위는 인정하지만 횟수가 적고, 강도와 살인의 의도는 없었다는 취지로 답했다. D씨 측도 "범행을 공모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폭행을 저지했다. 피해자의 사망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과 피고인측 변호인들은 증거목록의 동의 여부를 확인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혐의 대부분 부인하는 만큼 다음 공판에서 A씨의 다른 자녀들을 포함해 피고인들에 대한 증인심문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들에 대한 다음 재판은 9월12일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A씨와 B씨 등은 지난 5월9일 양주시의 주택에서 전 남편이자 아버지인 E씨를 지속적으로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과 피해자는 지난 2017년 무속인 C씨를 알게 된 뒤 무속 신앙에 빠졌다.

앞서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과거 E씨가 자식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문제 등으로 다툼을 벌이다가 범행했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수사기관에 따르면 이들은 C씨에게 줄 신내림 굿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C씨가 심리적으로 지배하는 E씨를 상대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E씨가 약 6일 동안 500회 이상 폭행을 당해 숨졌고, 피의자들이 E씨를 살해할 의도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미성년자인 A씨 아들도 범행에 가담했으나, 촉법소년에 해당돼 입건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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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본부장 / 이병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