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학부모들 "교내에서 하차"
교장 "아이들 안전 우려" 거부해
교총 "오히려 아동보호 앞장 선 것"
부산의 한 아파트 학부모들이 자체 운영하는 통학버스를 초등학교 안까지 들여보내 달라는 요구를 학교 측이 들어주지 않자 교장을 고소하는 일이 발생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22일 입장문을 통해 "학교의 교육적 판단과 결정마저 아동방임, 아동학대로 고소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해당 학교와 교권 보호를 위해 소송비, 아동학대 치유·지원금 등 모든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계에 따르면 부산 동래구의 A아파트 학부모들은 최근 '직무유기' '아동방임' 등 혐의로 B초등학교 교장을 고소했다. 학부모들은 개학일인 다음 2일 등교거부까지 예고했다.
갈등의 핵심은 A아파트 학생들의 통학버스 하차 지점이었다. 교내에서 아이들이 하차할 수 있도록 허락해달라는 학부모와 교내 안전을 위해 그럴 순 없다는 교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양측의 갈등은 최근에 벌어진 게 아니다. A아파트에서 B학교까지 거리는 1.3㎞로, 도보로 26분 정도 소요된다. A아파트 학부모들은 자체 비용을 들여 학생들을 위한 통학버스를 운영했다.
그러나 통학버스의 하차 지점을 놓고 수년째 갈등이 이어졌다. 교문 앞까지는 약 200m의 급경사 도로가 있는데 학생들을 이곳에서 내려주는 게 너무 위험하다는 게 학부모들의 주장이다. 인근 아파트에서도 교통이 혼잡하다는 민원이 들어왔다.
학교 측은 교내 아이들의 안전을 고려하면 교내로 차량 진입은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교문에서 약 250m 떨어진 지점에 있는 어린이 승하차 장소를 이용하도록 권했다. A아파트 통학버스를 이용하는 학생은 전교생 800여 명 중에 100여 명으로 알려졌다.
교총은 "전체 학생 800명의 안전과 생명을 가장 우선해야 할 학교장 입장에서 100명이 이용하는 아파트 전세 통학버스 진·출입 시 안전사고 우려를 먼저 고려할 수 밖에 없다"며 "만약 일부의 요구대로 허용하였다면 오히려 나머지 700명의 학생 학부모가 민원 제기와 고소가 있었을 것"이라고 대응했다.
이어 "오히려 학교장은 직무유기가 아니라 직무 충실, 아동방임이 아니라 아동보호에 앞장섰다고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교총은 "아파트 통학버스의 진입을 허용했다가 학생안전사고가 발생했다면 그 모든 책임은 고스란히 학교와 학교장이 져야 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또 "툭하면 고소·고발당하는 학교와 교원이 어떻게 학생 교육에 최선을 다할 수 있겠는가"라며 "학부모의 조속한 고소 취하와 등교 거부 움직임 중단, 교육청의 적극적인 학교와 교원보호를 재차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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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본부장 / 최갑룡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