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대통령실·관저 공사 법규 위반 여러건"…경호처 간부 '파면' 요구

감사원, 감사기간 7번 연장 1년8개월만에 결론
예산 확보·계약 체결 전 무리한 공사 착수 문제
무자격 업체에 도급…불법 하도급도
행안부·비서실에 '주의' 처분…"김여사 관련 정황 없어"
브로커 유착·16억 손실 경호처 간부 '파면' 요구
이전 업무 주도한 김오진 전 비서관 인사통보

감사원이 대통령실 집무실과 관저의 용산 이전 과정에서 공사 계약에 여러 건의 법규 위반이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예산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계약체결 전 무리하게 이전 공사를 착수한 탓에 공사의 계약·시공·감독·준공 전 과정에서 법 절차 위반이 있었다. 특히 방탄창호 설치 공사를 책임지는 대통령경호처 간부(U부장)는 친분이 있던 브로커(A씨)와 고가 계약을 맺어 16억원에 달하는 국고 손실을 입혔다.

공사 하청업체 가운데 무자격 업체가 다수 있었고, 발주처 승인 없이 하도급한 사례도 많았다. 공사비는 과다 지급됐지만 아직 회수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12일 이같은 내용의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김오진 전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의 인사자료로 대통령 비서실에 통보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TF 분과장을 맡아 용산 이전 업무를 주도한 김 전 비서관은 국토교통부 차관을 지낸 뒤 퇴직해 징계할 수 없기에, 사실상 징계 요청에 준하는 조치로서 추후 공직 임용 시 인사 검증에 활용하도록 기록을 넘긴 것이다.

경호처 U부장은 최고수위 중징계인 파면 처분할 것을 요구했다.

공사 계약을 실제 실행하고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행정안전부와 비서실에는 '주의' 요구와 함께 문제점 개선 방안 마련을 통보했다.

이번 감사는 시민단체 참여연대가 지난 2022년 10월 시민 723명과 함께 집무실·관저를 용산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불법적 특혜가 있는지를 밝혀 달라며 국민감사를 청구한 데 따라 실시됐다.

국민감사는 감사 실시 결정일로부터 60일 이내 종결하는 것이 원칙이나, 감사원은 두 달 뒤인 그 해 12월 감사에 착수하고도 이례적으로 7차례에 걸쳐 감사 기간을 연장한 끝에 1년8개월 만에 결론을 냈다.

◇"수의계약 자체 위법 아냐"…서두른 공사에 엉망된 계약방식

감사원이 들여다본 사업은 2022년 집무실·관저 공사 관련 계약 총 56건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341억여 원 규모다.

행안부 소속 정부청사관리본부와 비서실, 경호처가 발주한 모든 공사의 시공업체 선정은 특정 업체를 임의로 지정하는 방식인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

집무실 인테리어 중 칸막이 공사는 시공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영세업체인 '다누림건설'이, 관저 인테리어 공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설립한 코바나컨텐츠 주최 전시회에 후원한 '21그램'이 각각 수주했다. 또 후원 명단에 같이 이름을 올린 '희림종합건축사무소'도 설계·감리 용역을 맡았다.

특히 21그램은 김 전 비서관이 공사 참여를 먼저 요청한 곳으로 윗선 입김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김 전 비서관은 "다른 업체도 검토했지만 공사 여력이 없어 힘들다고 했고 (본인 외에) 인수위 TF 실무자와 경호처로부터 여러 업체를 추천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누가 추천했는지에 대해선 "기억이 안 난다"고 답했다.

감사원은 집무실과 관저가 '가급' 국가보안시설인 만큼 법령상 수의계약 체결이 가능하고, 선정 업체들도 기본적인 관련 공사업을 등록한 점을 고려할 때 수의계약 자체가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현행 국가계약법은 보안상 필요가 있거나 국가기관의 행위를 비밀리에 할 때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비서실이 예산 확보와 계약 체결 전 공사에 착수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공사가 시작된 후에야 예산을 확보한 후 사후계약을 나눠 체결하는 과정에서 '계약서상 공사기간 및 업체별 과업 범위'와 '실제 업체별 공사기간 및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문제가 초래됐고, 이후의 공사계약·시공·감독·준공·정산을 하는 과정에서도 법령상 절차가 지켜지지 않게 되는 주된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김 여사와 얽혀있는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상 진술 과정에서 여사가 언급된 적이 없었고 그렇기에 서면·대면 질의를 보내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절차 무시' 도급·하도급…무자격 업체 다수

비서실은 소방공사업을 등록하지 않은 전기공사업체에 소방공사가 포함된 공사를 도급하고, 공사업체는 '건설산업기본법'을 어기고 도급받은 공사 중 일부를 발주자의 사전 승인 없이 하도급 했다.

21그램도 발주처의 승인을 받지 않고 다수의 협력업체에 하도급 하면서도 시공 자격조차 확인하지 않았다. 무자격 업체만 15곳에 달했다.

실제 배치하지 않은 건설기술인을 현장대리인으로 신고하고, 관련 공사업을 등록하지 않은 하청업체에 하도급 한 곳도 있다. 이 하청업체는 등록범위 외 공사를 3차 하도급해 시공했다.

'정보통신공사업법'을 위반하고 등록 범위가 아닌 관저 통신공사도 진행됐다.

행안부는 준공 정산 시 이윤율 산정과 직접공사비 품목 계상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일부 시공물량을 과다 산정해 2개 업체에 공사비 약 3억2000만원을 더 지급했다. 이는 감사일 현재까지 정산되지 않아 감사원이 신속한 회수 방안을 마련할 것을 통보했다.

일련의 과정에서 비서실과 행안부의 적절한 관리·감독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감사원은 "당시 준공 일정이 촉박했더라도 주요 국가시설에 대한 공사참여 업체의 자격 검토가 철저히 이뤄질 필요가 있었지만 기관들은 공사의 각 공정별 공사 감독 업무를 소홀히 했다"면서 "법령을 위반한 업체들에 대한 행정처분 등 법적 조치도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감사원은 21그램 등은 총 30억5475만원을 지급받아 하도급 업체 등에 27억9000만 원을 지출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 업체가 얻은 매출·매입 차액은 2억6549만원으로 지급된 공사비의 8.5% 수준이다. 다만 실제 공사내역을 정확히 반영하는 준공도면 등이 작성되지 않아 공사비 지급의 적정성은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한다.

감사원은 "주요 계약업체에 국가계약 법령상 통상적으로 인정되는 이윤을 초과한 공사비가 지급됐다고 볼 만한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호처 간부, 브로커 알고도 발주…공사비 '뻥튀기' 묵인

경호처와 행안부는 집무실 2개 구역과 관저에 방탄창호를 설치하는 공사를 '㈜가다'(가칭)와 수의계약으로 체결했다. ㈜가다는 브로커 A씨가 알선한 업체다.

경호처 U부장은 친분이 있던 A씨가 브로커로 활동하는 사실을 알고도 그가 소개해 준 ㈜가다를 2022년 3월 말 방탄창호 설치공사의 실질적 사업관리자로 선정하고 계약금액을 임의로 협의했다. 이후 계약부서와 아무런 협의를 하지 않은 채 A씨로 하여금 방탄유리·창틀 제작에 나서도록 했다.

U부장은 그 해 4~6월 사이 A씨가 요구한 공사비 약 21억원이 부풀려졌을 가능성을 인지했지만, 원가 계산이나 가격 조사를 하지 않았다.

알고 보니 A씨는 ㈜가다의 견적서에는 실제 총비용 대비 5배 이상 높은 금액을 적어 냈고, 정부 수의계약을 성사시켜 주겠다며 평소 알고 지내던 창틀제작 업체 3곳으로부터 직인이 찍힌 견적을 제출받아 비교견적가를 ㈜가다의 견적가보다 임의로 높게 기재한 후 경호처에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가다의 견적가가 최저가인 것처럼 발주처를 기망한 것인데, 사업관리자 선정 후에는 배우자 명의로 서류상에서만 존재하는 유령 회사를 세워 ㈜가다가 도급받은 공사를 하도급 줬다. 이런 수법으로 제작비용과 납품대가의 차액인 15억7000만원 상당을 가로챘고 이는 고스란히 국고 손실로 이어졌다.

감사원은 A씨를 비롯해 관련자 3명에 대해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지난해 10월 대검찰청에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수사 요청했다. U부장 역시 직무에서 배제돼 수사를 받고 있다.

◇"직권남용·국유재산법 위반 인정 어려워"

감사원은 집무실·관저 이전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 국방부의 의견을 묵살하는 직권남용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실 이전 관련 예비비가 의결됐고, 국방부도 대통령실과 긴밀히 소통하며 이전계획을 수립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국유재산 용도변경 과정에서 '국유재산법'을 위반했다고 단정하기도 곤란하다고 봤다.

기획재정부가 집무실 이전에 대한 국유재산종합계획의 변경이 필요할 정도로 중요하다고 보지 않는다는 취지의 경위를 기술한데다, 실제 이러한 사유로 종합계획을 변경한 선례가 없었다는 게 감사원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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