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 동안 한국수자원공사(K-water) 투자심사위원회가 약 60조원 규모의 101건 사업을 모두 반대나 유보 없이 의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의 대상이 된 대규모 사업에서 불확실성이 제기된 경우에도 별다른 이견 없이 빠르게 통과되면서 형식적 심사와 내부 편향 운영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1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태선(울산 동구)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올해 9월까지 40회의 회의와 101건의 투자사업 심사가 진행됐으나, 단 한 번도 반대나 유보 없이 의결로 처리됐다.
대표적으로 1조 7600억원이 투입되는 용인 첨단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용수공급 사업에서는 용수확보를 위한 제도적 미비와 반도체 시장의 투자 불확실성이 지적됐음에도 반대표를 던진 위원은 단 한명도 없었다.
심사에 걸린 시간과 과정도 문제다. 자료에 따르면 4년 동안 총 4730분에 걸쳐 101건의 사업이 심의됐다.
코로나19로 서면 심사가 포함된 2021년을 제외하면 각 회의당 평균 1시간 남짓에 불과한 것이다.
안건당 평균 47분 만에 조 단위에 이르는 대규모 사업을 심사한 셈이다.
이는 매시간 9896억 원 규모의 사업이 검토된 것으로, 심사 과정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심사위원회의 구성과 운영 방식도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K-water의 규정에 따르면 위원장은 기획부문 이사가, 부위원장은 심사부서의 장이 맡는다. 위원은 10명 이내로 구성된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외부위원이어야 하지만, 외부위원의 참여율은 저조한 실정이다.
지난 6월 '대청수력 발전설비 현대화 사업' 심의에서는 참석한 9명의 위원 중 외부위원은 3명에 불과했다.
외부위원이 불참한 가운데 내부 위원이 심사를 주도하며, 사실상 K-water의 의지가 반영된 결정을 내리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김태선 의원은 "국민 혈세를 자기 돈처럼 생각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K-water의 거수기로 전락한 투자심사위원회다"고 지적했다.
이어 "투자심사 과정에서 외부위원 비율을 70~80%로 확대하고, 외부 전문가를 위원장으로 임명해 독립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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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본부장 / 최갑룡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