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미협조에 석유公 사장 태도 논란까지…삐그덕댄 '대왕고래' 국감

산중위, 석유공사·가스공사 등 현장 국감
자료요청·의사진행발언에 질의 20분 지연
피감기관, 소란에 고개 떨궈…일부 헛웃음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 일명 '대왕고래 프로젝트' 소관 기관인 한국석유공사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된 가운데 시작부터 동해 심해 야당 측 공세가 이어지면서 본격적인 질의 시작은 20분가량 지체됐다.

질의과정에서도 김동섭 석유공사 사장을 향해 "웃지 마세요"라는 고성이 나올 정도로 현장 분위기는 격해졌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17일 오전 울산 석유공사 본사에서 석유공사 등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 12곳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석유공사 외에도 막대한 미수금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가스공사를 비롯해 한국에너지공단·한국에너지재단·한국지역난방공사·강원랜드·대한석탄공사·한국가스기술공사·한국전기안전공사·한국가스안전공사·한국석유관리원·한국광해광업공단 등 11곳도 함께 감사를 받았다.

하지만 질의는 대부분 석유공사에 집중됐다. 오전 질의한 의원 13명 중 석유공사에 질의를 하지 않은 의원은 단 1명에 불과했다.


이날 국감은 시작부터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김동섭 사장과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의 업무보고가 끝나자마자 야당 측에서 자료요청 및 의사진행발언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료요청을 하면서 "이 정도로 깜깜이 국감은 처음이다",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향엽 민주당 의원도 "불성실한 자료를 제출해 제대로 확인을 할 수 없지 않느냐"고 압박했다.

산자위 야당 간사인 김원이 의원은 S&P 글로벌이 투자 자문사로 지정된 계약 관련 자료를 달라고 요청하면서 이명박 정부 당시 자원외교 실패 사례를 거론했다.

김동섭 사장이 해명하려고 하자 "여기서 답변하지 말고 자료로 답변하라"며 발언을 막기도 했다.

정진욱 민주당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정부를 비판하자 여당 측에서도 "의사진행발언"이라고 외치며 그만하라는 취지로 맞섰다.

김원이 의원이 "좀 들어보라"며 대응하자 여당 간사인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이 "매번 저러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고 분위기가 격해졌다.

야당 측에서 의원들의 질의 시간을 두고도 문제를 제기하자 박 의원은 "울산까지 와서 뭐하는 것이냐"고 말하기도 했다.

피감기관 관계자들은 본질의 시작 전부터 벌어진 소란에 당황한 듯 고개를 떨궜다. 일부 관계자들은 헛웃음을 짓기도 했다.


본격적인 질의는 업무보고가 끝난 지 20분이 지난 뒤에야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렵게 시작한 질의 역시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았다.

야당 측에서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무자인 석유공사의 A팀장을 불러 강하게 질책하자 김동섭 사장은 뒷자리에 배석한 석유공사 본부장과 귀엣말을 한 뒤 고개를 젓는 모습을 보여줬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 질의 과정에서는 야당 측에서 김동섭 사장에게 "웃지 마세요"라고 호통치기도 했다.

김 의원은 김동섭 사장이 앞서 "distraction(방해)"이 있다고 한 것을 두고 "국정감사를 하는 것이 방해냐, 국정감사를 하는데 국회의원들 방해 때문에 일을 못한다고 말을 할 수가 있느냐"고 캐물었다.

이에 김동섭 사장은 미소를 띈 채 "국회의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답했으나 야당 측에서는 못마땅한 듯 "웃지 마세요"라고 외친 것이다.

산자위 위원장인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대왕고래 프로젝트 로드쇼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하자 김동섭 사장은 "드리겠다"고 답했는데, 이 역시 공분을 샀다. 야당 측에서 같은 자료 제출을 거듭 요구했으나 그동안 제출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당에서도 김동섭 사장의 태도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이철규 위원장은 김동섭 사장에게 "질문의 의미를 이해하고 답변해달라"고 주문했고, 박상웅 국민의힘 의원도 참석한 기관 관계자들에게 "진지한 태도를 보여달라"고 전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의원들 입장에서는 중요한 질의를 하는 중인데 계속해 웃고 있다면 마음에 들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김동섭 사장이 워낙 웃는 상이라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는 듯 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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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본부장 / 최갑룡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