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급등 피로 누적·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에 거래 감소
금리인하·주택 공급 대책 등 불확실성 해소 전까지 심리 위축
"문의전화도 안 와요."
지난달 31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한강푸르지오 단지 내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대출 규제 이후에 사실상 거래가 끊겼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가을 이사철을 맞아 문의가 많이 늘어나는 시기인데, 전화 한 통도 오지 않는다"며 "매도, 매수자 모두 상황일 좀 더 지켜보겠다며 움직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이후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주춤하고 있다. 최근 아파트값 상승에 따른 피로감 누적과 대출 문턱이 높아진 영향으로 거래절벽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시장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매수자는 대출 규제 강화로 매수 심리가 위축됐고, 매도자는 앞으로 집값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감으로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올 하반기 추가 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인하 등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라 매도자도 매수자도 섣불리 나서기보다는 관망세로 돌아선 분위기다.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감소하고 있다.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총 매매 건수는 2949건(31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지난 7월 7475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8월 6344건으로 줄었다. 전일까지 집계된 10월 거래 건수는 1898건에 불과했다.
거래가 줄면서 매물이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8만731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 달 전(8만2684건)보다 5.6% 늘어난 수치다. 구별로 ▲동작구 9.4%(3155건→3452건) ▲동대문구 8.1%(2842건→3074건) ▲관악구 8.0%(2348건→2538건) ▲강동구 7.5%(4350건→4688건) 등에서 매물이 증가했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 폭이 줄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넷째 주(28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0.08% 상승하며 전부(0.09%) 대비 상승 폭을 줄였다.
구별로 강남구(0.18%), 성동구(0.16%), 서초구(0.14%), 용산구(0.13%), 마포구(0.12%) 등이 상대적으로 상승 폭이 컸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일부 재건축 단지와 신축단지에서는 신고가가 경신되는 등 상승세를 보였지만, 대출 규제의 영향과 가격 급등 피로감에 따른 매수 관망세로 매물은 적체되고 상승 폭은 지난주보다 줄었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매수심리도 감소했다. 지난 2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1.6에서 101.0으로 하락했다. 서울 매수심리는 지난 8월12일 104.8를 기록하며 올해 최고점을 찍었으나 이후 다시 하락세로 꺾여 지난주 101.0까지 떨어졌다.
매매수급지수는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선(100)보다 높을수록 팔려는 사람보다 사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동산 시장에선 지난 9월부터 시행된 스트레스 DSR 2단계와 유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전세자금대출 제한 등 정부의 전방위 가계 대출 규제로 아파트 거래가 위축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트레스 DSR 2단계는 늘어나는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각각 가산금리 0.75%p(포인트)를 적용하는 규제다. 2단계 규제에서는 은행권의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가산금리 1.2%p(포인트)를 적용한다.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주춤할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대출 규제 강화 이후 주택 매수 심리가 위축되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며 "집값 상승에 따른 피로도 누적과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 등도 거래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금리 인하보다 대출 규제가 시장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추가 금리 인상 여부와 주택 공급 대책 등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아파트 거래량이 주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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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윤환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