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보건복지협회, 일·가정양립 근로환경 정착방안 토론회
회사 규모 작을수록 여성 근로자 많지만 모성보호제도 취약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필요…부모보험 등 도입 검토해야"
중소기업에서 육아휴직 등 모성보호제도 사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고, 근로시간 단축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다.
인구보건복지협회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미애·남인순 의원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중소기업의 모성보호 및 일·가정양립 근로환경 정착방안: 직장인에게 부모의 시간은 없는가'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전윤정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일·가정 양립제도 현황과 스웨덴, 프랑스 등 사례를 소개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정규직 여성근로자는 54.5%, 비정규직은 45.5%였다. 정규직 남성근로자가 70.2%, 비정규직이 29.8%인 것과 비교해 비정규직 규모가 큰 구조다.
지난해 자녀수별 여성 고용률을 보면 자녀가 1명 있을 때는 61.2%였지만 2명일 때 59.3%, 3명일 때 56.6%로 자녀수와 고용률이 반비례했다.
규모별 여성인력은 5~9인의 소규모 사업장이 45.0%로 가장 많았다. 이어 ▲10~29인 41.7% ▲30~99인 42.4% ▲100~299인 37.8% ▲300인 이상 38.4%로 회사 규모가 작을수록 여성이 많았다.
문제는 중소기업 특성상 출산전후휴가 등 모성보호제도가 취약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2년 기준 일·가정양립 실태조사'에 따르면 5~9인 사업체에서는 출산전후휴가가 없다는 응답이 91.6%에 달했다. 10~29인은 88.6%, 30~99인은 75.2% 등 사업체 규모가 작을수록 제도가 미비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역시 전체 94.6%가 '사용 현황이 없다'고 응답했는데, 5~9인 규모 사업체에서는 2.3%만이 제도를 사용하고 있었다. 육아휴직도 전체 사업체 중 11.9%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5~9인은 6.1%에 그쳤다.
전 조사관은 스웨덴과 프랑스의 일·가정양립 정책도 소개했다.
스웨덴은 육아휴직을 부모 각각 240일 사용할 수 있다. 수당은 임금 소득의 90%가량인데,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일 때 육아휴직 수당의 소득대체율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것을 완충해줄 수 있도록 하는 '유아휴직 보충급여제도'가 있다. 노조와 사용제 간 단체협약으로 보장되는 것인데, 전체 근로자의 90%가 적용을 받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는 육아휴직을 두 가지 형태로 나눠놓은 것이 특징이다. 일을 완전히 중단하고 전일제로 육아휴직을 하는 경우와 시간제로 육아휴직을 하는 경우다. 시간제 육아휴직을 택하면 주 최소 16시간을 근무하면 된다.
이를 토대로 전 조사관은 근로시간 단축 등 청년(여성)에 특화된 노동시장 정책 도입과 이중노동시장 격차 완화 및 해소를 제언했다. 또 모성보호제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별도의 '부모보험제도'와 '저출산(아동수당) 기금' 조성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양질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립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활성화가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권호현 직장갑질119 출산육아갑질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출산육아가 가능한 일터를 위한 제언'을 주제로 발표했다.
권 위원장은 "우리나라 제도는 외견상 매우 훌륭한 편이지만, 저출생 문제 해결이 아니라 일터에서 출산육아 관련 갑질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 돼야 한다"며 "현 상태에서 제도를 확대해봐야 대기업과 300인 이상 사업장, 공공기관 종사자만 사용이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직장갑질119에 제보된 사례들을 살펴보면 육아휴직 12개월 사용을 거부해 6개월만 사용하고 복직 후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사용하겠다고 했더니 나가라고 했다는 경우나 출산전후휴가를 사용한 뒤 편도 3시간 거리 공장으로 발령이 난 경우 등이 있었다.
권 위원장은 "현행제도는 모부성보호제도 관련 사용 거부나 이를 이유로 한 불이익 처우를 비교적 중한 범죄로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 처벌이 3~8%에 그치는 등 범법행위를 눈 감아주는 경향이 현저하다"며 "독일 등 주요 국가는 육아휴직법 등 관련 법령 위반 사용자를 형사처벌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해외 사례에서 볼 때 파트타임 근무(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가 전면적인 육아휴직에 비해 양육자들의 경력단절을 예방하고 출생률을 높이는 데 큰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전체적인 노동시간을 줄이고 사용자에게 충분한 지원으로 모부성보호제도 활성화가 기업에게 더 큰 이익이라는 판단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과감한 지원으로 중소기업들이 소속 직원들의 제도 사용을 장려하도록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며 "출생률 제고가 아니라 성평등 실현 관점에서 제도를 설게하고, 공동 양육자들 모두의 경력단절 예방을 위해 단축근무를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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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