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등도 취소해줘" 성추행 혐의 해임된 경찰관, 징계취소 소송 패소

"원고, 피해자 무고 혐의로 고소해 2차 피해 입혀"
"강등으로 감경한 것은 원고 사정 이미 고려한 것"

20대 신입 여순경을 성추행한 혐의로 해임됐다가 소청심사위원회에서 강등으로 징계수위를 낮춰 업무에 복귀한 경찰관이 강등 처분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제주지법 행정1부(부장판사 김현룡)는 경찰관 A씨가 제주특별자치도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강등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도 원고에게 부담하도록 했다.



경찰관 A씨는 2020년 자신이 근무하던 파출소에 전입한 신입 여성 경찰관 B씨에게 수차례 성희롱적 언사를 한 혐의가 인정돼 징계위원회에 의결을 거쳐 해임처분됐다.

그러나 A씨는 징계위 처분에 불복해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을 제기했고, 소청위는 해임처분을 '강등'으로 감경하는 결정을 해 업무에 복귀했다.

업무에 복귀한 A씨는 '강등' 처분마저 취소해달라며 곧 인사권자인 제주경찰청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당시 담당 감찰관의 강압적인 태도로 자백을 강요당했고, 진술조서에 진술하지 않은 내용도 담겨있어 증거능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피해자가 평소 자신의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는 등 수시로 성희롱을 하기에 이를 예방하기 위해 대화할 목적으로 함께 올레길을 걸었고, 문제가 불거진 뒤에는 함께 순찰차를 타지도 않았다"고 항변했다.

이어 "설령 징계사유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평소 피해자가 자신을 유혹하고 성희롱해 원인을 제공한 피해자에게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면서 "여러 차례 표창을 받는 등 모범적으로 근무한 점을 고려하면 징계 처분은 비례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의 진술조서가 강압적으로 작성됐다는 주장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피해자가 당시 동료 경찰관에게 피해사실을 호소한 카카오톡 대화나 진술은 실제로 경험하지 않고는 알 수 없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자연스러워 신빙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현장 실습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피해자가 원고에 대해 허위의 사실을 진술할 만한 동기를 찾기 어렵다"면서 "평소 원고가 피해자에게 '내가 네 아버지보다 나이가 많다'고 강조하며 아빠라고 부르도록 하는 등 과도한 친밀감을 표시했다는 피해자 진술은 신빙성이 크다"고 했다.

재판부는 "징계사유가 넉넉히 인정됨에도 원고가 피해자를 무고 혐의로 고소해 2차 피해까지 입혔다"며 "소청심사위원회가 해임 처분을 강등으로 감경한 것은 원고가 주장하는 일부 사정을 이미 고려한 결과로 보여 이 사건 청구는 이유가 없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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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취재부장 / 윤동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