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 후 분양, 세종 아파트 감정가 ‘비현실’ 집 비워야 할 판
“집값 상승 편승, 집 없는 서민 상대 지나친 이익 추구” 비판
LH “규정이 바뀌지 않는 한 임의로 가격 낮출 수 없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세종시 한솔동 첫마을 2, 3단지 아파트에 대한 임대 후 분양 전환을 앞두고 높은 감정평가가격을 통보, 임차인들이 집을 비워야 할 상황이다.
해당 세대 임차인은 30주 연속된 세종시 아파트 값 하락과 거래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현실이 전혀 반영 안 된 동떨어진 감정평가가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3일 세종시에 따르면 첫마을 2, 3단지는 일부 세대가 공공임대에서 일반으로 분양되는 곳으로 물량은 2단지 79세대, 3단지 17세대 총 96세대로 전용면적은 49㎡, 59㎡, 84㎡다.
감정평가금액은 층별, 형태별로 차이는 있지만, 평균 2단지 49㎡는 3억원이 넘고, 59㎡ 3억 7400만원, 84㎡ 5억 9800만원이다. 3단지는 59㎡ 4억 4800만원, 84㎡ 6억 6000만원 대로 알려졌다.
이는 세종시가 지난 2019년 발표한 전국 최초 조기 분양 전환이 이뤄진 당시 아파트 감정 가격 대비 2배가 넘는다.
평균 분양전환가격은 2단지 49㎡ 1억 4583만원, 59㎡ 2억1846만원, 84㎡ 3억1814만원 3단지 59㎡ 2억 4002만원, 84㎡ 3억 4471만원대로 책정됐다.
2단지 전용면적 49㎡를 공급면적 74㎡로 환산하면 평당 분양가는 1340만원대로 현재 세종 신도시 신규 분양 아파트와 비슷하다. 최근 분양한 6-3생활권 세종자이더시티 아파트 평당 분양가는 3.3㎡당 평균 분양가는 1367만원이다.
실거래가격에서도 감정평가 금액과 큰 차이가 없다. 2단지 49㎡ 경우 2021년 2월, 2억 1000만원에 59㎡는 5억 5000만원, 85㎡는 7월에 5억 6000만원, 3단지 84㎡는 올해 1월 6억 6000만원에 매매 됐다.
이에 반해 최근 공공임대 후 일반분양을 진행한 도램마을 13단지와 형평성 문제도 지적된다.
도램마을 13단지 59㎡ 전환 분양가는 1억 4000만원 대로 최근 같은 타입 최고 매매가가 6억 1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4억원 이상 싸게 분양된 것과 대비된다.
다만, 13단지는 10년 이내 분양으로 건축비용을, 첫마을 2,3단지는 10년 이후 전환분양으로 감정평가금액을 각각 기준으로 한다.
감정평가액과 최근 매매 가격이 별 차이가 없자 임대 후 분양이 맞느냐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여기에 LH가 최근 집값 상승에 편승, 집 없는 서민들을 상대로 지나치게 수익을 추구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사고 있다.
임차인 A씨는 “감정평가액을 통보 받고 사실인가 의심됐다. 현지 상황을 전혀 모르는 탁상행정이다”라며 “지금까지 이 집에 월세 내면서 분양 전환되면 우리 집 일 줄 알았는데, 가격이 이 수준으로 결정된다면 여기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종 아파트 가격 하락과 급매물이 나오는 시점에서 높은 감정가액으로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을 깨고 있다”라며 “현장에 나와 분위기를 살펴보고 우리가 납득 할 만한 상황이면 좋겠다”고 밝혔다.
해당 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10년 된 아파트를 신규 분양 아파트 보다, 더 비싸게 분양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공기업인 LH가 지나친 폭리를 취하고 있다”라며 “당분간 세종 아파트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이번 감정평가액은 이런것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과며 조정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LH는 “분양전환가격은 공공주택특별법 등 관련 규정에 따라 2개의 감정평가법인 감정평가금액의 산술평균금액으로 정하고 있다”라며 “지자체장이 평가법인을 선정, LH는 감정평가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입주자모집공고문 및 임대차계약서상에도 감정금액을 분양 전환 가격으로 정한다고 규정했다”라며 “법 규정이 바뀌지 않는 한 임의로 분양 전환 가격을 낮출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10년 넘은 아파트를 임대 후 분양으로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임차인의 좌절과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정, 신규 분양 아파트보다 더 비싼 가격 등에 대해 LH가 서민을 상대로 집 장사를 한다는 비난은 피하지 못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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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 안철숭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