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군 산불에 정신줄 놓았나…군인력 오전 내내 차량 대기

해병대 2개 대대 오전 내내 차량 대기, 육군 300여 명도 비슷
울진군 측 "인력 배치 혼선 있었다" 인정
울진 산불 1만6000여㏊ 규모, 대형 산불의 20~25배 크기…헬기 600대 필요
산림청장 "헬기 분산되면서 산불 진화 진도 안나와…소광리 앞 진화 집중" 강조

경북 울진 산불 진화인력의 배치가 효과적이지 못해 군 인력 상당수가 투입됐음에도 제 역할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만6000여㏊에 이르는 광범위한 산불 범위와 비교해 진화헬기 수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7일 오후 4시께 울진산불현장지휘본부에서 최병암 산림청장 주재로 열린 상황판단회의에서 해병대 관계자는 "오전부터 해병대 대원들 900여 명이 대흥리 현장에 투입됐으나, 오전동안 3개 대대 중 2개 대대는 차량 대기만 했다"면서 "오후에서야 호월리 일대로 이동해 잔불 제거를 했으나, 현장에서 효율적인 인력 운영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전달했다.

육군 측도 "300여 명이 산불 진화를 위해 투입됐으나 대기만 했다"면서 동조했다.

인력 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산불 진화에 온힘을 쏟아야 할 시점에 노동력이 유실된 셈이다.

이에 대해 울진군 관계자는 "인력 배치에 혼선이 있었다"며 "더 고민하겠다"고 답변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산불을 진화할 수 있는 헬기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울진 산불은 면적이 1만6000여㏊나 되는데, 이 정도는 대형 산불의 20~25배가 넘어가는 크기"라며 "일반적으로 대형 산불에 헬기 30대가 투입돼 이틀에서 삼일 정도 진화작업을 하는데, 울진산불은 헬기 600대가 들어와야 빨리 끌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최 산림청장은 항공본부와 항공사령부 관계자들에게 "최대한 울진 산불 현장에 헬기를 가져와야 한다. 다른 지역에서 올 수 있는 헬기가 있는지 협의해달라"고 말했다.

산불 진화가 더딘 이유에 대해 최 산림청장은 "산불 진화에 투입된 헬기가 분산됐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최 청장은 "4구역과 7구역에 산불헬기를 집중해야 했는데, 10구역에도 분산하고, 2, 3구역에도 헬기가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원이 분산되다 보니 진도가 안나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 청장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순간"이라며 "대왕소나무 등과 가까운 4구역과 7구역에 헬기 진화를 전면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의에 참석한 남송희 남부지방산림청장 역시 "울진 산불은 총 10개 구역으로 나뉘는데, 1개 구역이 영덕 산불 크기인 400㏊보다 크다"며 "영덕 산불 진화에 2000명 정도 투입됐는데, 여기 계신 분들이 지금 울진 산불이 얼마나 넓은 구역에서 타고 있는지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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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본부장 / 김헌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