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尹측, 감사위원·선관위원까지 패키지 인사 요구"

용산 이전에 인사까지…복잡해진 靑-尹 고차방정식
靑, 尹측에 "대통령-당선인 직접 만나야 한다" 제안
靑 "역대 대통령 만남에서 조건 걸고 만난 적 없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한국은행 총재뿐 아니라 감사원 감사위원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까지 '패키지' 인사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위원에 대한 인사권을 두고 청와대와 윤 당선인 측이 갈등을 겪고 있는 와중에, 패키지 인사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이 불투명해졌다.



23일 청와대가 밝힌 '패키지'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1인과 감사원 감사위원 2인 등 3인에 대한 인사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청와대와 인수위 양측은 이날 발표한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외에 선관위 상임위원, 감사위원을 두고 갈등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감사원 감사위원 인사 문제가 가장 쟁점으로 꼽힌다. 양측은 현재 임기가 남아있는 감사위원 4명 가운데 2명(김인회·임찬우)이 친여 성향이라는 점을 감안해 2명 모두 당선인 측 입장을 반영하는 방안, 2명의 인사를 1명씩 나눠서 추천하고 이를 수용하는 방안까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첨예한 의견 대립으로 접점을 찾지 못하고 협상은 결렬된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 과정에서 윤 당선인 측은 청와대가 추천하는 감사위원 1명에 대한 자신들의 거부권을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해 협상이 최종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선 감사위원 2명에 대한 인사권 모두를 윤 당선인이 행사하겠다는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섰다고 한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에 대해 청와대가 제지를 한 가운데 이날 한국은행 총재 인선을 두고 청와대와 당선인 측이 '진실공방'을 벌이면서 양측의 갈등이 한동안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당선인 측이 패키지로 인사를 요구하면서 용산 이전과 인사 문제로 꼬일대로 꼬인 양측의 '고차 방정식'이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안팎에선 양측의 대립 격화로 더이상 실무진 선에서 협상을 끌고 나가기 힘든 만큼 대통령과 당선인이 직접 만나서 '결자해지'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양측이 실무협상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대통령과 당선인의 회동은 당선인 확정 후 14일째 미뤄지고 있다. 역대 최장기록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당선인 측에 "역대로 대통령 만날 때 이렇게 조건 걸고 만난 적 없지 않느냐, 지금 전례가 없다, 참모로서 잘못한 거 아니냐"고 말했다면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두 분이 빨리 만나는 게 좋은 거 같고 나머지 세 자리(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1명, 감사원 감사위원 2명)는 빨리 협의를 하자, 이렇게 제안을 했다"고 전했다.

역대 대통령인과 당선인의 회동은 최장 9일 만에 성사됐다. 2007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 9일 만인 12월28일 이명박 당시 당선인과 만찬을 겸해 만났다.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도 대선 9일 만인 12월28일 박근혜 당시 당선인과 청와대에서 회동한 바 있다.

그 외에는 짧으면 이틀 길면 나흘 정도가 걸렸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당시 당선인과 대선 4일 만인 2002년 12월23일 만났으며, 김영삼 전 대통령은 김대중 당시 당선인과 대선 2일 만인 1997년 12월20일 만났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김영삼 당시 당선인과 대선 3일 만인 1992년 12월21일 회동을 가졌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부 부장 / 염선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