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15개국 "北 규탄" 공동성명…美, 대북제재 강화 결의안 추진

유엔 안보리, 2017년 이후 4년여 만에 첫 '공개 회의'
美 "제재 강화할 때"…英·佛 지지, 韓·日도 동참
中·러는 "美 약속 안 지켜…대북 제재 완화해야"
韓 "北, 안보리 결의 위반…대화·협력이 유일한 해법"
미·영·프·한·일·독 등 15개국, 공동성명…중·러 불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25일(현지시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와 관련해 4년여 만에 '공개 회의'를 개최했다. 미국은 대북제재 강화 결의안을 제출하겠다며 국제사회에 강경 대응을 촉구한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제재 완화를 주장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15개국은 회의 후 북한의 ICBM 발사를 규탄하고 대화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고, 한국도 이에 동참했다. 중·러는 참여하지 않았다.



이날 회의는 4년여 만에 공개 회의 방식으로 열렸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등 도발과 관련해 올해에만 6번째 회의를 개최했지만 공개 회의 방식으로 진행한 것은 2017년 이후 처음이다. 미국 등은 북한이 지난 24일 ICBM 시험 발사를 강행하자 이번 공개회의 소집을 요청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회의에서 "지금은 제재를 끝낼 때가 아니다"며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을 제안했다.

그는 "미국은 24일 북한의 ICBM 발사를 전적으로 비난한다는 사실을 확인해 둔다"며 "이번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제재 결의안 채택을 제안했다. 북한의 도발이 증가하고 있어 미국은 제재를 갱신하고 강화하기 위해 유엔 헌장 7장에 따른 안보리 결의안 초안을 제출할 것이란 설명이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안보리는 (2017년) 만장일치로 채택한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의 ICBM 발사에 추가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번에 정확히 그런 일이 벌어졌기 때문에 지금은 조치를 취할 때"라고 강조했다.

제재 완화는 "북한 정권에 더 많은 이익을 안기고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및 탄도 무기에 대한 실현을 가속화할 뿐"이라며 일부 국가의 요구를 일축했다. 또 "안보리가 비확산 체제를 반복적으로 위반하는 WMD 확산자들에게 보상할 것이란 잘못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북 제재는 "북한의 불법 무기 개발 제한에 효과가 있었다"며 "지금은 제재를 끝낼 때가 아니라 오히려 강제해야 할 때"라고 피력했다.




새 대북제재 결의안 추진 제안에는 상임이사국인 영국과 프랑스, 안보리 비이사국 자격으로 발언권을 얻은 한국과 일본 등이 지지를 표명했다.

조현 주유엔 한국 대사는 "한국은 북한의 ICBM 발사를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며 "이는 한반도와 역내, 국제사회에 심각한 위협을 제기하며 세계 비확산 체제에도 중대 위협"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발사는 "북한이 2018년 4월 ICBM 시험 발사 모라토리엄이라는 약속을 스스로 저버린 것"이라며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노골적인 위반"이라고 규탄했다.

새 결의안을 추진하는 미국의 계획에 대해선 "지지한다"면서 다른 이사국에도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조 대사는 "모든 회원국이 관련 안보리 결의안을 완전히 이행하고, 또한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외교적 해결책을 계속 지지할 것을 촉구한다"며 "우리 정부는 어떤 장애물에 직면하더라도 대화와 협력이 유일하게 나아갈 길이라고 확고하게 믿는다"고 피력했다.

바버라 우드워드 주유엔 영국 대사는 2017년 결의 채택을 상기하면서 "현재와 미래 세대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안보리가 당시와 같은 결단과 결의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러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결의안 채택에 결정권을 쥐고 있다.

장쥔 주유엔 중국 대사는 "지금 상황에서 당사국들은 침착하고 자제하면서 올바른 대화와 협의를 통해 긴장을 악화하거나 오판을 초래할 수 있는 어떤 행동도 삼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제재를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대신 당사국들은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특히 미국을 겨냥해 "'조건 없는 대화'를 거론하는 것 외에 유형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2021년 초, 특히 지난해 5월부터 북·미 대화는 교착됐고, 여전히 교착 중"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대화 재개의 필요성을 거론한 뒤 "미국 측이 선의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제안한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 초안도 여전히 유효하다며 이를 고려해 줄 것도 요청했다.

안나 에브스티그니바 주유엔 러시아 부대사는 한반도 정세 불안과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에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대북 제재 무용론을 제기했다.

러시아 대표는 "안보리는 지난 4년 간 북한의 핵 시설 해체와 핵·ICBM 실험 모라토리엄 준수에 대응하지 않았다"며 "북한이 보내는 긍정적인 신호는 무시한 채 규제만 강화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추가 제재 강화는 북한 주민의 사회경제적·인도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새 제재를 반대했다.

미국을 향해선 "협상은 쌍방향의 길"이라며 "제재 증가 위협만 대가로 받는 상황에서 북한이 조건 없는 무장해제를 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건 무리"라고 꼬집었다. 러시아 역시 대북 제재 완화 결의안 초안이 "여전히 테이블 위에 있다"며 지지를 촉구했다.


회의 후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를 포함한 15개국은 북한의 ICBM 시험 발사를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비상임이사국인 브라질 아일랜드 노르웨이와 함께 한국, 일본, 독일 등이 동참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포함되지 앟았다.

이들은 성명에서 북한은 도발적인 행동을 강화하면서 무기 프로그램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북한에 "WMD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비핵화를 위한 외교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요 7개국(G7)과 유럽연합(EU)도 별도의 성명을 내고 북한의 ICBM 시험 발사를 강력 규탄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 대표는 "이는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며 국제사회와 역내 평화와 안보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며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가질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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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뉴스 / 백승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