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경제수석, 盧 경제부총리 역임…尹 경제정책 주도할 듯
정통 관료 출신…정부 이견 조정, 갈등 차단 등 '관리' 기대
보수·진보 정부 양쪽에서 능력 인정받아 청문회 통과 무난
호남 출신 정파색·지역색 옅어 국민화합 상징적 인사 부합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3일 지명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국정운용을 뒷받침할 행정부의 제2인자로 경제·관리형 총리에 무게를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노무현 정부 때 경제부총리와 국무총리를, 이명박 정부 땐 주미대사를 역임한 한 총리 후보자가 경제와 외교를 통솔할 적임자라는 평가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 위기로 경제와 안보의 결합이 중요해진 상황인 만큼 '글로벌 경제 안보' 사령탑으로 적합하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쪽에선 한 전 총리 지명을 놓고 "경제, 외교 다방면 경험으로 취임 초기부터 총리 중심의 안정적 국정운영을 기대해볼만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다만 "안철수를 임명했다면 주목했겠지만 파격성은 떨어져서 국민적 기대가 높진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 총리 후보자가 김대중 정부 때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일했고, 노무현 정부에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경제관료 출신이란 점에서 윤 당선인이 '경제형 총리'로서의 역할을 염두에 뒀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후보자가 윤석열 정부의 경제 분야 정책이나 현안에 깊이 개입함으로써 윤석열 당선인의 국정운영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해 통상산업부 차관, 국무조정실장, 국무총리 등을 지낸 만큼 관료 시절 다양한 경륜을 바탕으로 각 부를 통할하고 부처간 이견을 조정하는 '관리형 총리'로서의 역할도 윤 당선인이 염두에 뒀을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 쪽에선 총리 인선 기준으로 "경제부총리라든지 금융위원장이라든지, 대통령실 경제수석까지 이 경제 원팀이 드림팀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그렇게 만들어주실 최적임자를 총리 후보로 찾고 있다"고 했던 만큼 한 후보자가 경제정책을 주도적으로 책임, 총괄하는 동시에 부처 간 갈등이나 잡음을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차기 정부가 외교안보 강화를 국정운용 방향에 설정해 두고 있다는 점에서 한 후보자의 인선을 긍정적으로 검토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한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 땐 대통령 직속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지원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데 이어, 이명박 정부 때 한미 FTA 재협상 요구를 받자 주미대사를 맡아 '소방수' 역할을 했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바마 정부 시절 부통령으로 재직했던 기간 주미대사를 지내면서 바이든 측과 교류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경제는 물론 외교안보까지 포괄하는 능력을 기대할 만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윤 당선인이 집권 초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노린 것이라는 분석도 정치권에서 나온다.
한 후보자는 전북 전주 태생의 호남 출신이지만 정파색이나 지역색이 상대적으로 옅은 편이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할 경우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에서 국민화합을 도모할 만한 상징적 인사가 될 수 있다.
한 후보자가 김영삼 정부(특허청장), 김대중 정부(청와대 경제수석), 노무현 정부(국무총리), 이명박 정부(주미대사)에서도 두루 요직에 오를 만큼 보수정부와 진보정부 양쪽에서 모두 능력과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점도 인사청문회 통과를 낙관할 수 있는 배경이다.
5년만의 정권교체를 이뤄내고도 윤석열 당선인으로서는 거야(巨野)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는 총리 인준이 불가능한 냉혹한 현실에서 김대중·노무현 정부 출신 인사를 첫 총리로 내세울 경우 국회의 수월한 동의를 기대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인사청문회를 거치면 임명 가능한 장관직과 달리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은 국회의원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과반 이상 의석수를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거부하면 총리 인준은 물론 내각 구성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국무위원 제청권은 국무총리 후보자의 고유 권한인 만큼 총리 인선이 난항을 겪을 수록 장관 임명도 무기한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해 윤 당선인이 통합형 총리에도 부합할 수 있는 한덕수 후보자를 낙점하지 않았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관건은 윤 당선인이 대선 때 약속한 책임총리제를 이행하느냐의 문제다.
대통령의 막강한 권력을 내려놓고 총리와 장관에 권한을 부여해 내각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게 윤 당선인의 구상이었다. 이는 입법부보다는 행정부의 영향력을 더 높이겠다는 포석으로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회에 의존하기 보다는 내각 중심의 국정운영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정치권에선 한 후보자를 두고 총리가 의사결정도 하고 책임도 함께 지는 '책임형 총리'로 분류하진 않고 있다. 유승민, 홍준표, 원희룡과 같은 리더십이 강한 인사들과 달리 한 후보자가 강한 카리스마로 내각을 장악하기에는 거리감이 있다는 얘기다.
한 후보자가 국회 청문회 문턱을 넘고 총리로 임명되더라도 윤 당선인의 책임총리제 실천 의지가 희박하면 지금처럼 청와대 오더를 받고 대통령을 보필하는 정도의 역할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가 정치권에서 나온다.
박근혜 청와대 출신 한 인사는 "한덕수 전 총리는 관리형·경제형 총리에 가까워 보인다. 책임형 총리는 아닌 듯하다"며 "윤석열 당선인 기조가 책임총리를 하겠다는 것이라 결국 대통령 의중이나 실천이 중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인사는 "윤석열 당선인이 초기엔 알아서 잘 해보라고 총리에게 맡기지 않겠나. 총리도 장관들에 알아서 잘 해보라고 맡기고, 카리스마형 총리가 혼자 결정하는 것보다 총리도 장관들에 임파워먼트(권한부여) 해주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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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김두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