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산 54년 만에 완전 개방....文 "세계에서 가장 특별한 길"

시민개방 하루 전 남측 구간 산행…퇴임 전 '북악산 개방' 약속 이행
법흥사터·청운대·만세동산…김 여사와 북악산 남측 둘레길 산행
"어느 나라든 수도 도심지 보며 걷는 길 없어…가장 특별한 둘레길"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을 한 달 앞두고 '북악산 완전 개방' 약속을 지켰다.

문 대통령은 북악산 남측면 전면 개방을 하루 앞둔 5일 오후 1시55분부터 1시간 30분 가량 김정숙 여사와 함께 북악산 성곽 남측을 산행했다.

북악산 남측면은 오는 6일 전면 개방된다. 2020년 11월1일 북악산 북측면 개방이 이뤄진 지 1년 6개월 만이다.



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후보 당시 '북악산과 인왕산을 전면 개방해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청와대 뒷편 북악산 길은 1968년 무장공비 침투 사건(일명 1·21 김신조 사건)을 계기로 일반인의 통행이 금지됐던 곳이다.

2년 전 1단계 개방에 따라 북악산 성곽 북측면이 개방됐고, 이번 남측면 개방으로 북악산 길은 전면 시민 품으로 돌아가게 됐다.

이번 남측면 개방으로 시민에게 공개되는 북악산 전체 면적은 여의도공원 4.7배(110만㎡)고, 탐방로 길이는 5.2㎞다. 서대문구 안산에서 출발해 인왕산~부암동~북악산 북측면~한양도성 성곽~북악산 남측면~삼청동 구간이 단절 없이 이어진다.

정부는 북악산 남측 탐방로와 성곽을 연결하는 청운대쉼터, 숙정문과 삼청공원에 각각 출입문을 신설하고 3대 거점쉼터(촛대바위쉼터·청운3R전망대·계곡쉼터), 삼청화장실도 조성했다.


북악산 내 문화유산인 만세동방 약수터도 정비했고, 법흥사로 추정되는 절 터의 보존과 향후 발굴 조사를 고려해 우회길을 조성하기도 했다.

북악산 성곽 북측에 있던 철책도 54년 만에 철거됐다. 수방사령부는 문화재청, 서울시 등과 협력해 2.28㎞ 구간의 철책을 걷어내고, '근현대사 기억하기 유산'으로 189m 구간을 남겨 놓았다.

문 대통령과 부인 시민 개방 하루 앞두고 이뤄진 이날 산행에서 삼청안내소를 시작으로 법흥사터→청운대 전망대→청운대 쉼터→만세동산 약수터→청와대 경내로 이어지는 북악산 성곽 남측길을 둘러봤다. 중간중간 김현모 문화재청장, 남태헌 산림청 차장으로부터 설명을 들었다.

문 대통령은 본격 산행에 앞서 삼청안내소에서 북악산 완전 개방에 대한 감회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북악산이 우리 늘 보는 산이기 때문에 개방이 별것이 아닌 것처럼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어느 나라든, 수도 도심지를 내려다 보면서 걷는 둘레길이 없다"면서 "세계에서 가장 특별한 둘레길"이라고 말했다.

법흥사터에 도착한 문 대통령 부부는 김현모 문화재청장으로부터 관련 설명을 들었다.


문 대통령은 "과거 오랜 터가 남아있는 것을 해방 후 다시 세워보려고 준비하다가, 김신조 사건으로 개방됐던 곳이 다 폐쇄됐고, 그 때 절이 들어서려는 것이 그곳으로 중단된, 그리고 그 부자재가 남은 거죠"라고 말했다. 이에 김 청장은 "구전으로는 이게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에 저희가 전문발굴 조사를 하면 그런 증거들이 나올 것으로 저희는 기대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청운대 전망대 쉼터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일행들과 함께 휴식을 취했다. 유연상 경호처장은 경호처 차원에서 4년 간 공들여 조성한 북악산 길 개방을 위한 과정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북측 성곽길 개방 이후 늘어난 탐방객에 관심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아내의 제안에 의하면 성곽 둘레길 그쪽 개방한 이후 탐방객이 30 몇만 명된다고 하지 않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김 청장은 "원래 한 12만명 대였는데, (개방) 1년 만에 30만 명으로 바로 올랐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산림청 차장과 문화재청장 등과 퇴임 후 기거할 경남 양산 새 사저 인근 통도사에 대한 대화도 나눴다. 통도사 인근의 아름다운 산림 복원이 대화의 매개가 됐다.

문 대통령이 "사찰림들이 잘 복원되고 있어서 좋다"며 "통도사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라고 하자, 김 청장은 "보존을 잘 해야될 것 같다. 통도사는 문화재 쪽에서도 중요하기 때문에 매월 제가 간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대웅전, 대웅전 하면 구조가 특별하다"고 화답했다.

하산을 앞두고 만세동산 약수터에 들린 문 대통령은 일행들을 향해 "여기의 기(氣)가 아주 좋은 곳이다. 오늘 기 많이 받고 가길 바란다"고 말해 좌중을 웃음짓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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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부장 / 염선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