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목표비중 채웠는데…연기금 3·4월 매도세
국내 증시 1월 하락 후 박스권 유지해 연기금 '관망'
작년 이탈 허용범위 풀어…급락 때 '자동 매수' 없어
'자본시장 큰손'인 국민연금이 올해 팔아치우기로 한 국내주식 목표치를 대부분 채운 것으로 나타났지만 좀처럼 매수세를 보이지 않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증시 투매' 비판에 따라 국내주식 이탈 허용범위를 넓혀놓은 게 오히려 매수 약화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8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공시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은 지난해 말 17.5%에서 올해 1월 말 현재 16.5%로 한 달 새 1%포인트 급감했다. 국내주식이 부진한 가운데 매도까지 이뤄지며 국내주식 비중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이 줄어들었지만 연기금은 국내 증시에서 매수로 전환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연기금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 2월 193억원 소폭 매수 우위를 보였으나 3월 1373억원 매도, 4월 2646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먼저 연기금 매수세가 사라진 이유로는 국내 증시가 크게 내리지 않는 '박스피'에 갇혀 있다는 점이 꼽힌다. 지수단이 2700선 안팎에서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추가적인 매수나 매도가 나오기 어려운 '중립' 상황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국내주식을 지나치게 매도한다'는 개인 투자자들의 비판으로 이탈 허용범위를 넓힌 게 독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탈 허용범위를 늘려놓았기 때문에 코스피 급락에 따라 국내주식 비중이 줄어들어도 매수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이탈 허용범위를 확대함에 따라 기계적인 매수, 매도가 사라지는 대신 국민연금 매매에 운용역의 판단이 더욱 중요해졌다. 운용역들이 국내 증시 전망에 대해 부정적으로 판단한다면 매도, 긍정적으로 판단한다면 매수를 하게 되는 식이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해 4월 국내주식 리밸런싱(목표비중 유지규칙) 검토안을 심의해 전략적 자산배분(SAA) 이탈 허용범위를 기존 ±2.0%포인트에서 ±3.0%포인트로 상향해 코스피 매도 금액을 줄이기로 했다.
이는 이탈할 수 있는 범위를 늘려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상회하더라도 자동으로 매도하지 않게 하려는 취지에서였지만 반대로 목표비중을 하회했을 때에는 자동적으로 매수하지 않는 효과를 낳게 된다.
올해 말까지 국민연금이 맞춰야 하는 국내주식 목표비중은 16.3%포인트이다. 이에 따라 올해 SAA 이탈 허용범위는 기존 14.3~18.3%포인트에서 13.3~19.3%포인트로 바뀌었다.
이탈 허용범위가 넓어지게 되면서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은 대부분 허용범위 안에 머무르게 됐다. 자동적으로 매수하게 되는 비중값이 기존 14.3%에서 13.3%로 낮아지며 코스피가 급락하게 되더라도 매수에 나설 확률이 낮아졌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전망에 따라 최저한도까지 비중을 낮추더라도 매수하지 않을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목표비중을 맞춰가며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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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조봉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