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잘했다면 검찰개혁 논의가 수십 년간 계속되었겠는가. 검찰의 부조리를 알만한 고호봉 검사들이 검찰의 잘못을 바로잡자는 내부 호소는 계속 외면하다가 검찰개혁 논의가 급물살을 탈 때마다 인권과 사법정의를 내세우며 홀연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집단 이기주의의 발로로 비칠 듯하여 매우 근심스럽다"
여권의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강행 의사에 검찰이 거센 반발을 하고 나선 가운데,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검찰권 남용 사례 두 가지를 소개했다.
임 부장검사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지시를 받았던 당사자들에게서 직접 들은 이야기를 전한다"며 두 가지 검찰권 남용 사례를 전했다.
그는 첫 번째 사례로 "모 검사의 지청 근무 시절, 지청장이 지역 기관장 회의를 다녀온 후 격노하여 '세무서장이 건방지더라. 기강을 잡아야겠다. 구속시켜라'고 지시했는데 자신과 동료들이 말리고 끝내 버텼다고. 검사의 금도를 지킨 무용담을 사석에서 늘어놓던 그 검사는 지방을 전전하다가 몇 년 뒤 그만두었습니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는 "또다른 모 검사의 지청 근무 시절. 지청장이 새벽 골프를 치고 온 후 격노하여 '내가 원래 새벽 첫 팀인데, 가서 보니 내 앞에 황제골프를 치는 사람이 있더라. 시청 6급 공무원이라고 한다. 6급이 어떻게 황제골프를 치겠느냐. 구속시켜라'고 지시했다고. 그 공무원의 주변을 훑고 쥐어짜 결국 구속시킨 자신의 수사기법을 모 검사는 동료들에게 자랑스레 늘어놓았습니다. 특수통의 수사기법을 그때 좀 엿보았지요. 모 검사는 당연히 좋은 자리로 다녔고, 결국 검사장을 달았습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 부장검사는 "성공한 혹은 실패한 표적수사 피해자들이 적지 않다"며 "최종 사냥감은 물론 사냥감을 포획할 수 있는 진술을 끝내 해야만 할 참고인들도 검찰의 중간 표적이라, 영혼이 너덜너덜해지곤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검찰이 잘했다면 검찰개혁 논의가 수십 년간 계속되었겠는가"라며 "검찰의 부조리를 알만한 고호봉 검사들이 검찰의 잘못을 바로잡자는 내부 호소는 계속 외면하다가 검찰개혁 논의가 급물살을 탈 때마다 인권과 사법정의를 내세우며 홀연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집단 이기주의의 발로로 비칠 듯하여 매우 근심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또 "검찰에 의해 자행된 인권침해와 검찰농단 반성에 인색하면서 검찰권을 지키기 위해서 집단행동도 불사하는 검사들에게 막강한 검찰권을 이대로 맡겨도 되는지 걱정하는 많은 분들에게 저는 변명할 말이 없다"고 전했다.
끝으로 "사과는 남이 대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저 역시 검찰의 오늘에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서 사과해야 할 주체 중 한 명이다"라며 "깊이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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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김재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