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할매가 쓴 시 4편, 중학교 교과서에 실린다

래퍼와 글꼴에 이어 내년 '교과서' 수록

대통령 연하장 글꼴을 만들고 'k-할매'라고 불리며 래퍼로 활동하는 칠곡할매들의 시가 교과서에 수록된다.



경북 칠곡군은 할머니들이 쓴 시와 그림(4편)이 내년도 중학교 1학년 교과서에 실린다고 25일 밝혔다.

주인공은 박월선(96), 이원순(87) 할머니와 지금은 고인이 된 강금연·김두선 할머니다.

이들은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거나 6·25전쟁을 겪으면서 가난과 여자라는 이유로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

할머니들의 시는 '시가 뭐고'란 시집으로 발간됐고, 약목면 도시재생구역 '벽화 거리'에 소개되며 관심을 끌었다.

교과서에는 벽화 거리에 있는 할머니들의 시와 그림을 게재하며 "70여 년 동안 자신의 이름조차 쓰지 못했던 할머니들은 한글을 배우며 어느덧 자신의 삶까지 시로 표현했다"고 소개했다.

강금연·김두선 할머니의 시 '처음 손잡던 날', '도래꽃 마당'과 이원순·박월선 할머니의 '어무이'와 '이뿌고 귀하다'의 전편을 두 면에 걸쳐 실었다.

칠곡군은 최근 김재욱 군수, 김태희 군의원, 이원순 할머니가 참석한 가운데 교과서 수록을 자축하고,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실버 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칠곡 할머니들의 활약상을 재조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김 군수는 지난 1년 동안 교과서 수록을 통한 지역의 가치를 높이고자 출판사(천재교과서)와 협업 관계를 구축했다.

군은 교과서 수록을 알리는 현수막을 내걸고 '교과서 거리'스토리를 입혀 약목면 도시재생구역 정비에 나설 계획이다.

이원순 할머니는 "교과서 수록을 누구보다 기뻐할 언니들이 고인이 되거나 거동이 불편해 안타깝다"라며 "어린 학생들이 우리 할머니들의 시를 읽으며 부모님께 효도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칠곡 어르신들의 열정을 알리고 초고령화 시대 주류 문화의 하나로 자리매김할 실버 문화를 선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칠곡군은 할머니들의 시를 모아 '시가 뭐고', '콩이나 쪼매 심고 놀지뭐', '작대기가 꼬꼬장 꼬꼬장해', '내친구 이름은 배말남 얼구리 예뻐요' 등의 시집을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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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본부장 / 김헌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