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학 "곽상도, 대장동 계획 듣고 '삼수갑산 가도 할건 해야'"

곽상도 전 의원 뇌물 혐의 공판에서 증언
"곽, 많이 벌었다면 나눠줘야 한다는 식으로 말했다"

'대장동 개발 뇌물'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곽상도 전 의원의 공판에서 정영학 회계사가 "곽상도 전 의원이 2018년께 '많이 벌었다면 나눠줘야 한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증언했다.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곽 전 의원 등 3명의 3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지난 공판에 이어 이날도 정 회계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지난 공판에서는 검찰 주신문과 변호인의 반대신문이 일부 진행됐다. 곽 전 의원 측 변호인의 반대신문이 이날 이어서 진행됐다.

정 회계사는 2015년 설 명절께 곽 전 의원을 처음 만났다고 말했다. 정 회계사는 만남에 대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지시로 가게 됐고, 대장동 사업을 설명해두면 나중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전했다

정 회계사는 당시 대장동 사업 개요를 설명하기 위해 사업계획서 중 개요 부분 10여 페이지를 지참해 곽 전 의원을 만났다고 기억했다.

곽 전 의원에게 정 회계사는 '금융기관 위주로 컨소시엄을 구성하게 돼 있다. 예상 개발이익은 성남도시개발공사와 나눠 가져야 하고, 약 3000억원이 될 것 같다. 위험부담도 있다'는 취지로 사업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 말을 들은 곽 전 의원은 "삼수갑산에 가더라고 할 건 해야지"라고 말했다는 것이 정 회계사의 증언 요지다. 삼수갑산은 개마고원의 중심부에 위치한 험지로, 보통 어려운 상황을 의미하는 말로 사용된다.

이에 곽 전 의원 측 변호인은 "곽 전 의원은 평소 삼수갑산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이) 분명하느냐"고 물었고, 정 회계사는 "한자를 잘 몰라 찾아봐서 기억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정 회계사는 화천대유 전무에게서 곽 전 의원 아들에게 퇴직금 등 명목으로 50억원을 지급한 이유에 대해 '하나은행 컨소시엄 이탈을 무마한 대가로 주어야 한다'는 김씨 발언을 전해 들었다는 취지로 지난 공판에서 증언했다.

변호인들은 이 발언을 한 전무 A씨가 검찰 조사에서 '컨소시엄 무산 무마 대가라는 발언은 정 회계사 혹은 김씨에게 들었다'고 진술한 것을 근거로 정 회계사의 진술을 탄핵하고자 시도했다.

정 회계사는 이에 대해 "A씨는 (성과급) 50억원을 거의 다 받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김씨에게서 인센티브를 받았기 때문에 김씨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정 회계사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A씨에게 정확히 들었다고 말했다.

정 회계사의 증언을 종합하면 2018년 가을 김씨, 남욱 변호사, 정 회계사는 곽 전 의원을 만났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김씨가 '사업이 잘돼 회사에 돈이 쌓였다'고 말하자 곽 전 의원이 '많이 벌었으면 나눠줘야지'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한다.

그러자 김씨가 '회사 돈을 어떻게 주느냐'고 답했고, 이에 분위기가 이상해져서 김씨가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에게 나가 있으라고 해 방 밖으로 나왔다는 것이 정 회계사의 기억이다.

변호인이 "증인(정 회계사)의 기억에 남 변호사와 방 앞에서 기다려 보니 고성도 들리고 기다려도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 결국 남 변호사와 귀가했다는 것이 정확한 기억인가"라고 물었고, 정 회계사는 "당시 깜짝 놀랐다"고 답했다.

곽 전 의원은 지난해 4월 아들의 성과급 등 명목으로 화천대유 대주주 김씨로부터 약 25억원(50억원에서 세금 공제)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곽 전 의원에게 뇌물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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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차장 / 곽상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