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내달 2일 尹정부 규탄 전국노동자대회 개최
예년과 분위기 달라…6만명 규모·강도 높은 투쟁 예고
한국노총 최저임금 투쟁 등 노동운동 방향 변화 '눈길'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노동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민주노총이 다음달 2일 새 정부의 반노동 정책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 등 하반기 투쟁을 줄줄이 예고한 데다 상대적으로 온건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한국노총도 최저임금 등 투쟁 대열에 본격적으로 가세하면서다.
27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다음달 2일 오후 3시 서울 도심에서 7·2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전국노동자대회는 노동권 보장 등을 요구하는 민주노총의 연례 행사 중 하나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7월3일에도 서울 종로3가 일대에서 조합원 8000여명이 참여한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는 예년과 분위기가 다른 모습이다.
민주노총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 이미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근로시간 유연화와 임금체계 개편,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등 친기업, 반노동 정책을 시사하면서다.
특히 최근에 발표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정부가 이러한 내용의 노동시장 개혁을 공식화하면서 여느 때보다 강도 높은 대규모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게 민주노총 주장이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이번 7·2 전국노동자대회에는 약 6만명의 조합원들이 결집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민주노총이 처음으로 주도하는 대규모 집회이자 박근혜 정부 퇴진을 촉구하고 나선 2016년 민중총궐기 이후 최대 규모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도 이날 "이번 대회는 박근혜 정권 퇴진 촛불 이후 가장 큰 규모의 투쟁이 될 것"이라며 "전국에서 6만여명의 노동자들이 서울로의 상경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유례 없는 현장의 분노가 느껴지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현행 '주 단위'인 연장근로시간을 '월 단위'로 개편하기로 하면서 장시간 노동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점, 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주장하고 있는 점 등도 투쟁의 동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 위원장은 그러면서 "우리는 윤석열 정부에 엄중 경고한다. 더 이상 민생과 노동자 문제를 외면한다면 임기 초 정권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며 "민심의 폭발을 외면한 정부는 지속 가능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한국노총의 노동운동 방향이다.
한국노총은 그간 정부와 노정 파트너로서 주요 노동정책을 적극적으로 논의해왔다. 그러나 최근 내부 논의를 통해 올해 운동 방향을 협상보다 투쟁에 무게 중심을 두는 것으로 전면 수정했다.
한국노총은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 대해서는 "윤석열 정부와 '윤핵관', 경영계의 삼각 편대가 노동자 목숨 팔아서 사용자 배를 불리겠다는 정경유착에 포문을 연 것"이라며 "개악 저지를 위해 강력 투쟁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이날부터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요구하며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최저임금 심의·의결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기구다. 그러나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들이 사실상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만큼 경영계 편향의 최저임금 결정을 저지하기 위한 조치다.
최임위는 근로자위원·사용자위원·공익위원 9명씩 27명으로 구성된다. 노동계는 최초 요구안으로 올해보다 18.9% 인상된 1만890원, 경영계는 올해와 같은 9160원을 제시한 상태다.
한국노총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명줄인 최저임금 협상에 대한 사용자 편향적 운영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정부와 최임위는 최저임금 제도와 노동시장 구조 개악 시도를 즉각 멈추고,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라"고 촉구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오는 28일에는 최임위 제7차 전원회의에 앞서 최저임금 현실화를 위한 양대노총 결의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양대노총이 최저임금과 관련해 공동 투쟁 집회를 진행하는 것은 2016년 이후 6년 만이다.
문제는 노동계의 대정부 투쟁이 앞으로도 줄줄이 예고돼 있다는 점이다.
다음달 중순에는 약 20만명이 참여하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총파업이 예정돼 있다. 8월15일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 9월 민주노총 공공운수·보건의료노조 결의대회, 10월 민주노총 총파업 등도 예고된 상태다.
이에 따라 새 정부와 노동계의 노정 관계는 갈수록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년도 최저임금이 노동계가 납득하지 못할 수준으로 결정된다면 이는 기폭제로 작용해 투쟁의 강도는 더욱 세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향후 노동계 투쟁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주목된다.
화물연대 총파업을 비롯해 아직 정부가 노동계 투쟁에 강경 대응한 적은 없다. 다만 윤 대통령은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든, 노동자의 불법행위든 선거운동 때부터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계속 천명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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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