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한정위헌 효력' 부정한 대법판결 취소
1997년 이후 두번째…헌재-법원, 갈등 빚어
독일 참고했으나…두 기관 분리 안 된 구조
갈등 탓에 혼란도…한정위헌 선고자제 추세
헌법재판소가 법원의 재판을 취소하게 된 배경에는 한정위헌의 효력에 관한 다툼이 있다.
'한정위헌'은 어떠한 법률의 자체는 위헌이 아니지만 해당 법률에 대한 법원의 '해석'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하는 것인데, 헌재는 법원의 법률 해석이 위헌성이 인정돼 한정위헌으로 선고되면 해당 재판도 취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법원은 한정위헌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법률 해석의 권한은 대법원에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정위헌의 효력을 두고 헌재와 법원이 신경전을 벌이곤 했는데, 갈등 확산을 우려해서인지 헌재는 지난 2016년 이후 한정위헌 결정을 선고하지 않고 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전날 A씨 등의 재심청구를 기각한 광주고법 및 대법원의 재판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헌재가 법원의 재판을 취소한 건 1997년 이후 두 번째이다. 당시에도 한정위헌의 효력이 문제가 됐다.
1997년에는 이길범 전 의원이 양도소득세 부과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고, 당시 헌재는 부과처분의 근거가 된 법 조항에 관한 다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한정위헌 결정을 했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이 전 의원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처분이 합당하다며 헌재의 결정과 반대되는 판결을 내놓았다. 이에 이 전 의원이 헌재에 대법원 판결을 취소해달라며 헌법소원을 냈고, 헌재는 '한정위헌 결정을 따르지 않는 재판은 헌법소원 대상이 된다'며 처음으로 재판을 취소했다.
이후 헌재가 직접 법원의 재판을 취소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한정위헌의 효력을 두고 양 사법기관이 입장을 달리하면서 신경전은 계속됐다.
2008~2009년에는 옛 상속세법 조항이 갈등의 씨앗이 됐다. 사망 전 재산을 증여받은 상속포기자도 세금을 내야 하는 상속인에 포함되는지를 두고 대법원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헌재는 '세금을 내야 하는 상속인에 상속포기자를 포함하면 위헌'이라는 한정위헌 결정을 했고, 이 같은 결정 이후에도 대법원은 재차 '상속포기자는 세금납부 의무가 있는 상속인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처럼 한정위헌의 효력을 두고 사법기관이 갈등을 빚는 것은 우리나라 사법구조의 특성 때문이라는 시선도 있다.
우리나라가 1987년 헌재를 도입하면서 참고한 모델은 독일이다. 독일도 우리처럼 연방헌법재판소와 일반 법원이 모두 존재한다.
다만 독일은 연방헌재와 법원을 모두 하나의 사법부로 규정하고 있다. 또 법원의 재판을 명문상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으로 허용하지 않고 있는 우리와 달리 일부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이 가능하다.
한편 한정위헌의 효력을 두고 벌어진 갈등 탓에 법적 안정성이 흔들리며 사회적 혼란이 야기된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과거 양도소득세 부과 사건에선 세무당국이 어느 기관의 입장을 따라야 할지 몰라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런 점 등을 의식해서인지 헌재는 지난 2016년 이후 한정위헌 결정을 선고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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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