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갑질·중복게재·이해충돌 등 제기
野 "부격격 후보…'청문패싱'은 국민 우롱"
보수 성향 교총도 "청문 절차 부재 아쉬워"
오늘 오후 취임식…'음주운전 등' 해명할까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명 후 제기됐던 음주운전 전력 등 갖은 논란 끝에 5일 취임한다. 교육계에서 "부적격한 후보자"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산적한 교육개혁 과제를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 가까운 시간 동안 교육 수장 자리는 공석이었다. 앞서 김인철 후보자가 낙마한 탓도 있지만, 전날인 4일 윤석열 대통령이 박 부총리 임명을 재가하기 전까지 본인의 자질 논란으로 공백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 역시 만만찮았다.
국회 원(院) 구성 협상 지연으로 인사청문회 날짜를 잡지 못한 끝에 지명 40일만인 전날 윤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했지만, 당분간 박 부총리의 교육부는 윤 정부의 '3대 개혁' 중 하나인 교육개혁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상당한 어려움에 부딪힐 것으로 전망된다. 박 부총리가 이날 열릴 예정인 취임식을 통해 이런 의혹에 대해 해명을 내놓을지도 관심이다.
박 부총리는 윤 정부 내각에 여성이 적다는 지적을 받던 지난 5월26일 예상을 깨고 발탁됐다. 그러나 과거 전력과 각종 의혹이 연이어 불거지면서 교육계 안팎의 거부감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는 2001년 12월 '만취'라는 평가를 받는 혈중알코올농도 0.251%의 주취 상태로 승용차를 운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전력이 있다. 박 부총리 본인이 사과했지만, 당장 음주운전 전력이 적발되면 교장 임용에서 배제되는 교직 사회에서 '임명권자로서는 치명적인 결격사유'라는 비판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실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 받아 전날인 4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교육 당국에 퇴직교원 포상을 신청한 교원 중 376명이 음주운전 전력 때문에 포상에서 탈락했다. 이 중 박 부총리가 적발됐던 2001년 이전에 빚었던 음주운전 전력으로 탈락한 교원은 119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부총리는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수업 평가 댓글을 사전에 검열하거나 조교에게 연구와 관련이 없는 개인 연구실 청소를 지시했다는 '갑질' 의혹이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불거지기도 했다.
교육부 인사청문준비단은 댓글 검열 의혹에 "사실과 다르다"며 "오해가 있었던 것 같아 유감"이라고 해명했다. 또 조교에게 연구실 청소를 지시했다는 의혹에는 "교수 연구실은 연구원과 행정보조원이 함께 쓰는 공간이며 청소를 포함한 이들의 복무를 관리·감독하는 선임 연구원은 따로 있었다"며 박 부총리와 관련이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박 부총리는 또 지명 초반 과거 자신의 논문과 관련해 제기된 '중복게재' 의혹과 관련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지 않았다"며 교육부 훈령에서 문제 삼는 '부당한 중복게재'가 아니라 문제 될 일이 아니라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불성실한 해명이라는 지적도 받았다.
박 부총리 본인이 부인했지만, 자신이 책임지던 연구 용역에 남편을 참여시켰다는 이해충돌과 제자 논문을 가로챘다는 등의 연구윤리 위반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을 샀다.
대학교수 출신이지만 교육계에서 교육 분야 정책을 입안하거나 관련 경력이 사실상 부재하다시피 하다는 지적을 받는 박 부총리가 과연 '교육개혁'을 추진할 적임자인지 의구심을 갖는 시선도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은 전날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 직후 박 부총리의 임명안을 재가했다. 당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교육 수장 자리를) 더는 비워 둘 수 없었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국가교육위원회 출범 등 산적한 현안이 많고, 본인이 사과한 상황에서 시급한 개혁 과제를 추진하는 데 시간을 끌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측은 인사 검증 실패라는 지적에 국회 원 구성 지연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음주운전 자체는 잘못이고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20년 전의 일이고 20년 전의 기준과 현재 기준에 차이가 있다"며 "정부 출범이 두 달 가까이 됐는데, 아직 내각 구성이 안 됐고 특히 교육부 장관이 임명 안 된 건 국가적 손실이기 때문에 국민께서도 널리 이해해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박 부총리 임명 재가 당일 "자진사퇴가 정답이었지만 윤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거나 "20년 전 일이라고 변명하지만 박 부총리보다 오래된 음주운전 전력 때문에 퇴직자 포상에서 탈락한 교원이 100명이 넘는다"(민주당 신현영 대변인, 4일 브리핑)고 지적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 검증 태스크포스(TF)에서는 지난달 30일 음주운전 외에 ▲박 후보와 장녀의 위장전입 의혹 ▲장녀의 서울대 장학금 의혹 ▲장녀의 전공과 무관한 연구소 근무 의혹 ▲차남의 대학교 입시 관여 의혹 ▲모친의 건축법·농지법 위반 의혹 ▲공공기관 경영평가단 활동 당시 이해충돌 의혹 등 7대 의혹을 제기했다.
TF는 당시 박 부총리를 향해 "부적격 후보자를 인사청문도 없이 임명하겠다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고 기만하는 것"이라 비판하며 인사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여당인 국민의힘을 압박하고 나선 바 있다.
보수 성향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조차 전날 박 부총리 임명 재가 직후 "임명 과정에서 의혹들이 제기되고, 청문 절차 부재로 교육에 대한 소신, 비전을 확인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고 우려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날 박 부총리에 대해 "최선을 다해 부담을 일로써 해명 이상의 결과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국회와 일하는 과정에서 자질이나 생각들을 들어볼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부총리는 교육부 장관으로서 2008년 8월 이명박 정부의 고(故) 안병만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이후 두 번째로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된 사례다. 안 전 장관은 임명 후 한 달여가 지난 2008년 9월 초 '사후' 인사청문회를 받았다.
이 때문에 박 부총리가 임명되더라도 사후 '검증 청문회'가 열리거나 국회 상임위원회에 출석할 시 그동안 제기돼 왔던 의혹들이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박 부총리 앞에 놓여 있는 교육개혁 과제들은 교육계와 법 개정을 위한 정치권 공감대를 끌어내야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교육재정 개편은 시도교육감, 등록금 인상 규제 완화는 대학생들, 반도체 등 첨단분야 인재 양성은 지방대학 총장들의 반발이 예고돼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전날 박 부총리에 대해 "자질 논란으로 이미 지도력을 상실했다"며 "윤리 불감증의 당사자인 교육부 장관의 입시 비리 조사 전담 부서 운영, 음주운전 이력 장관의 교육공무원 인사 총괄이 힘을 받을 수 있겠는가"라고 질타했다.
전교조는 "지도력을 잃은 교육 수장 임명 강행은 교육의 방향성 상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박 부총리는 5일 오후 교육부에서 취임식을 연다. 음주운전 등 그간 제기된 의혹에 대해 해명을 내놓을 지도 관심이 쏠린다.
교육부에 따르면 박 부총리는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식을 열고 공식 업무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날 오전에는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리는 국무회의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박 부총리는 전날 임명 재가 후 교육부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교육공동체의 의견을 잘 반영해 교육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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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김종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