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K-채권' 회수 전환…엑소더스 시작?

외국인, 18개월 만에 국내 채권 '순회수'로 전환해
한국 채권, 금리 메리트 없어졌나…엑소더스 우려

외국인 투자자들이 1년6개월 만에 국내 채권을 순회수로 전환했다. 코로나19 이후 투자 우위를 지속해오던 외국인이 금리 메리트가 줄어들며 국내에서 이탈할 것이라는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은 상장채권 10조5430억원을 순매수하고 11조4770억원을 만기상환해 총 9340억원을 회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20년 12월 이후 18개월 만에 첫 순회수 전환이다.

지역별로는 미주(8000억원), 아시아(6000억원)에서 순회수했고 유럽(5000억원), 중동(4000억원)에서 순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유규모는 아시아 102조4000억원(44.7%), 유럽 72조9000억원(31.9%) 등의 순이다.

외국인은 국채를 2000억원 순투자했으나 통안채는 1조원 순회수했다. 잔존만기별로 보면 1년 미만 채권(5조9000억원)에서 순회수했고 잔존만기 1~5년 미만 채권(2조8000억원)과 5년 이상 채권(2조2000억원)에서 순투자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만기가 도래한 채권의 금액이 이전보다 커 순회수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순회수 금액은 채권을 매수한 금액에서 매도한 금액과 만기상환한 금액을 뺀 값이다. 일시적으로 만기 상환 금액이 커 순회수로 전환하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만기 상환 금액이 재투자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어 한국에 대한 금리 메리트가 점차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는 중이다. 외국인들은 코로나19 이후 동일 신용등급 국가 대비 높은 이자율을 주는 한국에 투자해왔으나 앞으로 끊기게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가 역전되고, 벌어지기까지 하게 되면 국내 채권의 투자 유인이 줄어들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미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 한미 금리 역전이 가시화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달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나섰고 이달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도 한 번 더 자이언트 스텝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중이다.

주식 유출에 이어 채권까지 빠져나가게 되면 금융 시장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미 금리 역전, 신흥국 테이퍼 텐트럼(긴축 발작) 등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여파가 나타나게 되면 채권 유출도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달 초 만기 상환이 몰려 있어 상환으로 전환됐고 지난달 중순 이후에는 자금이 사실 계속 유입됐다"며 "시장 상황이 불확실해 만기상환 금액을 바로 재투자하지 않고 점진적으로 반영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달과 다음 달까지 추이를 봐야 실제 만기 상환분이 재투자됐는지, 정말 본국으로 회수하려는 것인지를 알 수 있다"며 "금리가 역전된다고 해서 무조건 급격한 채권 유출이 발생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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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