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안 듣는다는 이유로 엎어치기 폭행
6회에 걸쳐 325만원 편취…녹음 강요도
"폭행·상해 아니라 복싱연습했다" 주장
法 "잘못 반성하기는 커녕 변명 일관"
고등학교 동창을 폭행하고, 아버지를 속여 돈을 가져오도록 협박해 수백만원을 갈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에게 1심 법원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12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8단독 김범준 판사는 상해, 폭행, 강요,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20)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보호관찰과 20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지난 2020년 3월 당시 만 17세의 미성년자였던 A씨는 같은 고교에 재학 중이던 피해자 B씨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았다는 이유로 엎어치기 방식으로 넘어뜨리고 목을 조른 혐의 등을 받는다.
A씨는 "친구들에게 돈을 빌렸다고 거짓말 하고 아버지한테 돈을 가져와라. 빨리 안 갚으면 이자를 더 붙인다"라고 말하며 B씨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때릴 것처럼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겁을 먹은 B씨는 자신의 아버지 C씨에게 "A씨의 돈을 빌려 도박을 했는데, 모두 잃어 돈을 갚아야 한다"고 말했고, 결과적으로 A씨는 총 6회에 걸쳐 325만원을 편취했다.
또 B씨를 폭행해 스스로 돈을 빌렸다고 말하게 한 다음 이를 녹음해 돈을 빼앗기로 마음먹고 B씨로 하여금 "택시비, 오토바이 렌트비, 기름, 노래방, 피시방 등을 포함해 총 40만원, 그리고 원래 빌렸던 110만원을 포함해서 총 150만원을 갚는다고 다짐합니다"라고 말하게 한 혐의도 있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복싱 연습을 했을 뿐 B씨를 폭행하거나 상해를 가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상해 부위를 촬영한 사진에 의하면 당시 B씨의 전신에 상당한 정도의 피멍이 든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며 주장을 기각했다.
아울러 B씨가 자의로 녹음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강요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자의로 자신의 아버지에게 채무 변제를 요청하거나 채무 변제를 약속하는 내용의 녹음을 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김 판사는 "죄질이 매우 불량한 점, A씨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기는 커녕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며 전혀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는 점, 피해자들의 피해가 회복되지 않은 점 등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라고 밝혔다.
다만 A씨가 범행 당시 만 17세의 미성년자였던 점, 피고인에게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됐다.
한편,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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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