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도 "한전공대 부지 기부 관련 협약서 공개하라"

광주고법 "전남도·나주시·부영주택 협약서 경영·영업상 비밀 아냐"
"부지 증여, 사실상 대가·보상으로 구현될 가능성 배제할 수 없어"
"행정 처리 감시 필요, 투명성·공정성 고려하면 일체 정보 공개를"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한전공대) 부지 기부와 관련, 전남도·나주시·부영주택 간 협약서 내용을 공개하라고 항소심 법원도 판단했다.



광주고법 제1행정부(재판장 김성주)는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전남지사·나주시장을 상대로 낸 정보 공개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며 피고들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유지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전남도·나주시는 나주혁신도시 한전공대 부지와 관련, 부영주택과 3자 간 맺은 합의서를 공개하라고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다만, 부속 합의서의 경우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고 청구를 각하했다.

광주경실련은 지난해 1월 관련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 이는 부영주택이 한전공대 부지 기부채납 뒤 남은 골프장 부지에 고층 공동주택 5383가구 신축을 추진하면서 비롯됐다.

대규모 공동주택 건설을 목적으로 녹지를 3종 주거 지역으로 상승시킨 도시관리·지구단위 계획 변경(5단계 수직 상승·용적률 기준 초과 등)을 두고 특혜 논란이 일었다. 광주경실련은 용도 지역 변경으로 부영주택이 천문학적인 개발 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며 협약서 내용 공개를 촉구했다.

전남도·나주시는 "정보공개법상 경영·영업상 비밀로 비공개 정보에 해당한다. 한전공대 설립사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광주경실련은 "경영상 비밀로 볼 수 없다. 협약서 내용 비공개 처분은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협약서는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7호에서 정하는 비공개 대상이 아니다"며 광주경실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1심은 "협약서 1항은 부영주택이 골프장 부지 75만㎡ 중 40만㎡를 한전공대 부지로 증여한다는 것으로, 이미 공개돼 경영·영업상 비밀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전남도·나주시가 법적 절차에 따라 골프장 잔여 부지에 대한 추상적 지원을 기재한 협약서 2항도 부영주택의 기술·경영상 정보로 볼 수 없다"고 봤다.

1심은 "협약서 1항·2항을 종합하면, 한전공대 부지 증여가 사실상 대가 내지 보상으로 구현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부영주택이 잔여 부지에 추진하는 도시관리계획도 규모가 상당하고, 나주시 전체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다"며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전남도·나주시의 행정 처리에 대한 국민적 감시 필요성이 높다"고 했다.

또 "부영주택은 이미 한전공대 부지를 증여했고, 공대 건물 신축도 거의 완료됐다. 부영주택 스스로 한전공대 부지 증여가 순수한 기부라고 밝히고 있다. 협약서 2항을 공개하는 것이 한전공대 설립과 연관 사업 계획의 수립, 사무의 적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협약서 내용 일체를 공개하는 게 불필요한 오해·논란을 방지하고 골프장 잔여 부지 사업 진행의 투명성·공정성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일 수 있다. 정보를 공개할 공익적인 필요성이 이를 공개하지 않아 얻을 이익보다 크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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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평.무안 / 김중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