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뺑소니 전직 서장' 봐주기 논란…"도주우려 없어"

경찰 수사 도피 목적 합의 시도, 지인에 범인도피 교사까지 드러나
수사 초기 담당 경찰관·현직 경찰관 등 2명 감찰 조사 대상

무면허 뺑소니 사고를 낸 전직 총경이 검찰에 불구속 송치된 가운데 경찰이 조사 과정에서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9일 전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전직 총경 A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1시께 전주시 덕진구 금암동의 한 사거리에서 자신의 BMW 차량을 운전하던 중 산타페 차량과 접촉사고를 내고 아무런 조치 없이 달아난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이 사고로 피해 차량에 타고 있던 2명은 각각 전치 2주의 치료가 필요한 상처를 입었다.

A씨는 지난해 12월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돼 운전면허가 취소된 상태였다.

피해자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사고 발생 4시간이 지난 이날 오후 5시께 가해 차량을 특정하고 A씨에게 연락했다. 그러나 A씨는 "내가 차주는 맞지만, 운전은 하지 않았다"고 거짓 진술을 했다.

앞서 A씨는 지인 B씨에게 "사고가 났으니 네가 운전자라고 하라"고 범행 은폐를 시도했고, 이에 B씨는 담당 경찰관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사고 차량을) 운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 차주는 "음주운전이 의심된다"며 음주 측정을 요구했으나 경찰은 "가해 운전자와 통화된 시점이 사고 발생 후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였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논란이 됐다.

A씨는 또 사고 당일 B씨를 시켜 피해자 측에 '경찰 조사를 받지 않게 해줄 것'이라는 조건을 붙여 1800만원의 합의금을 약속하고 합의서를 작성했다가 이튿날 "법의 처분을 받겠다"며 합의를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부실 수사 논란이 이어지자 전북경찰청은 이번 사건의 공정한 처리를 위해 덕진경찰서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직접 수사에 나섰다.

A씨는 경찰에서 "운전한 것은 맞는데 사고 당시 누군가 내 차를 들이받고 달아난 것으로 생각해 그 차량을 쫓아갔고, (산타페 차량과) 사고를 냈다는 인식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경찰은 A씨 차량에 있던 블랙박스에 대한 포렌식을 진행했으나 사고 당시 영상은 녹화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블랙박스 영상이 중간중간 끊겼지만, 누군가 고의적으로 삭제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블랙박스 기기 결함으로 인한 현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가장 쟁점이 됐던 음주운전 여부에 대해서는 혐의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A씨의 사고 당시 음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당일 방문한 음식점 영수증과 폐쇄회로(CC)TV 등을 확보해 분석했으나 술을 마시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수사를 마무리한 경찰은 A씨에게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과 무면허 운전, 범인도피교사 혐의를, B씨에게는 범인도피 혐의를 적용해 지난 26일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A씨가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했었고, B씨와 입을 맞추고 운전자를 바꿔치기 한 정황 등 사건을 은폐하기 위한 여러 정황이 드러났는데도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이 대목에서 한때 상관이었던 전직 총경인 A씨의 범행을 축소하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이른바 '봐주기 수사 의혹'에 대한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A씨는 사고를 낸 이후 현직 경찰관에게 전화를 건 사실까지 확인되면서 사건 초기 수사 담당 경찰관과 현직 경찰관 등 2명에 대한 감찰 조사도 이뤄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A씨가 동종전과가 없고, 피해가 경미하고, 신원이 확실해 도주할 우려가 분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영장 신청에 있어서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경찰의 판단에 섣불리 왈가왈부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구속영장을 신청할 수 있을만한 사안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피의자가 신원이 확실한 전직 고위 공무원이고, 이로 인해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될 가능성도 있어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은 경찰의 설명도 납득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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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본부장 / 장우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