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 정선 '선면산수도' 등 유물 324점 세종시 품으로

교포 김대영 씨로부터 회화 144점·도자 113점 등 무상 기증
수도권, 국립대형박물관 아닌 세종시 기증 첫 사례 의미

겸재 정선(1676∼1759)이 그린 '선면산수도(扇面山水圖)' 등 해외에 있던 유물 324점이 세종시로 돌아 왔다.



17일 최민호 세종시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로스앤젤레스 거주 중인 교포 김대영(91)씨로부터 회화 144점, 도자 113점, 공예·기타 67점을 무상으로 기증받았다"고 밝혔다.

기증 유물에는 겸재 정선의 '선면산수도' 이외에도 공립 안중식의 '화조영모도십폭병풍', 운보 김기창의 판화 '현대' 등이 포함됐다.

특히 겸재 정선의 작품인 선면산수도는 말 그대로 선면(扇面), 즉 부채형 화면에 그린 산수화로 원숙하면서도 정제된 필력을 볼 수 있는 작품으로, 문화재적 가치가 매우 높다.

작품 앞쪽에 작은 언덕들과 종류가 다른 나무가 그려져 있고, 뒤로는 먼 산이 병풍처럼 배치되어 있다. 세종시는 겸재의 '선면산수도'를 지정문화재로 지정,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공립 안중식(1861~1919)은 조선 말 장승업(1843~1897)의 제자로, 산수화와 행서에 능통한 근대 대표 화가로 꼽힌다. '화조영모도십폭병풍'은 10개의 접힌 면으로 구성됐으며 독수리, 말, 닭, 해오라기 등 8가지 소재를 활달한 필치로 그린 작품이다.


이 밖에도 청초 이석우, 취당 장덕의 작품과 조선 말엽 공주 탄천에 거주하며 활동한 두산 정술원의 작품, 19세기 말 북한 해주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백자청화초화문호'를 비롯해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 사이 제작된 다양한 도자기도 포함됐다.

기증자 김대영 씨가 세종시에 유물을 전시하기까지 세종시의 오랜 설득과 협상이 주요했다.

김대영 씨는 애초에 소장품들을 고향인 서울에 기증하려고 했다. 하지만 세종시는 미국 현지로 건너가며 대한민국 행정수도라는 정체성에 부합하는 점을 들어 세종 기증을 설득해 성사됐다.

이번 사례는 해외 소재 유물이 세종시로 오게 된 것은 뜻 깊은 일로 해외 소재 유물 수집 사업의 초석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해외에 있던 유물이 수도권이나 국립대형박물관이 아닌 세종시에 자리 잡은 것은 이번이 첫 번째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최민호 시장은 "세종시립민속박물관 특별전시 및 향후 건립될 향토유물박물관에 상설·기획 전시, 열린 수장고 등 다양한 형태로 전시할 계획"이라며 "시민들이 문화재적·예술적 가치가 높은 유물을 통해 역사와 문화를 향유할 있는 여건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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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 안철숭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