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폭락에 뿔난 정읍농민들, 1년 농사 벼 갈아엎어

"생산비 치솟는 와중 쌀값은 통계 이후 45년만에 최대 폭락"
"강아지 사료값보다 낮은 쌀값, 시장격리 실패한 정부 쌀값보장해야"

 전북 정읍농민들이 통계를 작성한 이래 45년만에 쌀값이 최대로 폭락했다면서 농민 생존을 위한 쌀값보장을 요구하며 수확 전 벼를 갈아 엎었다.

28일 오전 정읍시 이평면 '만석보' 들녘에서는 200여명의 농민들이 모인 가운데 정읍농민회(회장 황양택)가 주관한 '쌀값보장 농민생존권 쟁취를 위한 논 갈아엎기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2021년 벼 생산량이 평년에 비해 27만t 초과 생산됐다는 이유로 쌀값 하락이 시작됐음에도 정부는 양곡관리법에 명시된 자동시장격리를 발동하지 않았고 이에 쌀값이 최대 폭락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면서 정부를 향해 성토했다.


또 "비료값, 농약값, 기름값, 인건비 등 생산비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가운데 유독 쌀값만은 끝도 없이 추락하고 있다"며 "심지어 강아지가 먹는 사료값보다 낮은 게 쌀값"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농민들의 과잉생산 때문이라 여론을 호도하며 오히려 쌀값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단언컨대 쌀값 폭락은 정부 때문이며 정부가 양곡관리법조차 어겨가면서 엉터리 늑장 시장격리를 했고 지금 이순간에도 수입쌀 40만8천t을 지속적으로 방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 4%가 농민이지만 이 4%가 5000만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데도 유사 이래 단 한번도 농민 스스로가 쌀값을 책정해 본 적이 없다"면서 정부에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농민들은 "요구사항이 관철될 수 있도록 오는 11월16일 전국농민대회 투쟁 등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1부 집회를 마친 농민들은 곧바로 만석보 아래 들녘으로 내려가 집결했다.

이들은 정부에 쌀값폭락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1년간 농사지은 벼에 불을 놓고 트랙터를 이용해 수확 전 벼를 갈아엎었다.


정읍농민들의 쌀값보장 요구집회가 열린 이곳 만석보는 1894년 동학농민혁명의 단초가 됐던 곳이다.

동학농민혁명 2년 전인 1892년 고부군수 조병갑이 수세를 거두기 위해 멀쩡한 강물에 보를 세웠던 곳으로 농민들에게 이곳은 수탈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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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본부장 / 장우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