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 옛 나주역 관람, 일본 식민지 과거사 사죄
윤병태 시장, 하토야마 전 총리 부부와 남파고택서 오찬
일본의 대표적 친한파이자 제93대 총리를 지낸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가 6일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을 방문해 일본의 식민지 과거사를 사죄했다.
전라남도 나주시에 따르면 하토야마 전 총리와 배우자인 하토야마 미유키 여사,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 김은일 전남대학교 부총장 등이 이날 오전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을 방문했다.
기념관에서는 독립운동가 이창신의 아들 이명한 관장과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주역 박준채의 아들 박형근 이사 등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하토야마 전 총리 부부 일행을 환영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기념관 방명록에 “독립을 위해 생명을 바친 학생들의 영혼이 평온하시길 바란다”라고 썼다.
그는 1929년 학생독립운동, 나주지역 독립운동 역사가 담긴 전시시설을 관람하고 학생독립운동 진원지였던 옛 나주역사를 둘러보며 한·일 양국 과거사에 대한 거듭 사죄의 뜻을 밝혔다.
이후 하토야마 전 총리는 남파고택(국가민속문화재 제263호)에서 윤병태 나주시장, 독립운동가 후손들과 오찬을 가졌다.
남파고택은 광주학생독립운동을 촉발한 1929년 나주역 댕기머리 사건의 핵심 인물인 독립운동가 박준채의 생가다.
윤 시장은 오찬 자리서 동학농민혁명 때 나주 초토영에 주둔한 일본 토벌군에 의해 학살당한 동학농민군을 추모하고자 지난 2019년부터 한·일 동학시민교류회와 추진 중인 ‘동학 위령탑’ 건립과 위령제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 부부 일행은 나주 방문 일정을 마친 뒤 전남대학교 컨벤셜홀에서 열리는 ‘개교 70주년 용봉포럼’에 참석해 ‘우애에 기반한 동아시아의 미래’를 주제로 특별 강연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한·일 관계 악화는 오로지 정치적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양국 지도자들이 풀어가야 한다. 양국 사이의 가장 큰 정치적 문제는 일제강점기와 2차대전 중 일어난 비극, 전후 처리다"며 "일본이 가져야 하는 자세는 무한 책임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을 일으켜 상처를 주고 비참하게 만든 분들에게 그들이 더이상 사죄하지 않아도 된다고 할 때까지 계속 용서를 비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며 "전쟁으로 인한 피해 보상은 어디까지나 무한 책임이다. 일본은 모든 책임을 다했다고 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양국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역설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피해자들은 금전적 보상보다는 일본 정부의 진심 어린 사죄 표명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 정부는 무한 책임 입장에서 진지한 사죄의 마음으로 피해자 한 분 한 분의 명예를 회복하고 상처가 아물 수 있도록 돕길 바란다"고 답했다.
2018년 한국 대법원의 일본 전범기업의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이후 빚어지고 있는 갈등에 대해서도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배상 문제를 해결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국제법 학계 주류는 '개인의 손해배상권이 국가 간 협정·조약에 의해 소멸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일본 정부는 현재 입장을 고수하지 말고, 국제인권법의 시각에서 봐야 한다. 한국 대법원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일 관계가 파멸의 늪으로 가지 말아야 한다. 가해국가는 끝까지 사죄하고 피해 국가는 용서를 받아줘야 한다"며 "서로 양보해야 할 부분은 양보해 (과거사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나아가 반도체 부품 수출 규제, 북핵 문제를 둘러싼 안보 문제 등 다른 현안도 협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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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광주 / 조경수 사회부장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