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적인이란 의미인 wilful의 해석 다퉈
대법원 "미필적인 고의 있는지 심리해야"
자산운용회사와 보험사가 면책 조항을 설정하면서 'any wilful violatio'(고의적인 법령 위반)이라고 적었다면, 이때 고의에는 미필적인 고의도 포함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당시 대법관)는 칸서스자산운용이 KB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칸서스자산운용은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지역의 부동산 개발사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개설해 투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자금은 대출 형식으로 개발사업 시행사에 투자됐다.
시행사는 2006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시에서 개발사업부지 영구사용권을 취득했지만, 사업은 2013년 무산됐다. 그사이 칸서스자산운용은 시행사에 177억여원을 대출해준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우즈베키스탄 토지법은 토지 영구사용권에는 담보를 설정할 수 없도록 했다. 이에따라 대여금 이상의 금액으로 담보가액을 정해야하고, 부동산을 담보로 설정해야 한다는 당시 우리법 시행령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자들은 충분한 담보가 없었는데도 투자제안서에 충분한 담보를 확보한 것처럼 기재해서 시행령 등을 위반했다면서 칸서스자산운용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에서 일부 배상 판결이 확정됐다.
칸서스자산운용은 2013년 8월1일 KB손해보험의 자산운용전문인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했다. 이를 바탕으로 손해배상 소송 판결금에서 일부를 공제한 금액을 보험금으로 청구하는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KB손해보험 측은 칸서스자산운용이 충분한 담보에 해당하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펀드를 운용하다가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혔기 때문에 보험금을 지급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두 회사의 보험 계약서는 영문으로 작성됐는데, 면책을 위한 조건으로 'any wilful violation or breach of any law'이 포함됐다. 계약서 번역본에는 '세계 모든 곳의 법률이나 규정이나 정관의 계획적인 위반이나 불이행'으로 기재됐다.
이 사건에선 'wilful'의 의미가 다퉈졌다. wilful은 사전적 의미로는 '고의적인', '계획적인' 등이다. 1심과 2심은 계획적인 법령 위반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인근 조항과 조화로운 해석을 위해선 '계획적인'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1심과 2심은 이러한 해석을 바탕으로 칸서스자산운용이 충분한 담보를 설정하지 않은 행위는 계획적인 법령 위반이 아니라고 보고 면책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번역본과 같이 (wilful의 의미를) 계획적인 고의로 한정해야 할 합리적인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wilful을 일반적인 고의로 해석하고, 미필적인 고의로 인한 법령 위반이 있었는지도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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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