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에 총부리 겨눌 수 없다" 안병하 치안감 34주기

추모객 100여명 모여 민주 영웅 뜻 기려
전국 경찰 직장협의회원 10여명도 참석

 "경찰이기 전에 사람으로서 양심을 저버리지 않은 고 안병하 치안감의 숭고한 뜻을 기립니다."

'민주 경찰 영웅' 안 치안감의 34주기 추모식이 거행된 10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의 발포 명령 등 부당 지시를 거부하고 시민 안전을 지킨 그의 뜻을 기리고자 광주 시민과 후배 경찰 공직자 등 100여명이 모였다.



지난해에 이어 광주에서 두 번째로 열린 추모식에는 안 치안감 부인 전임순 여사, 아들 안호재 안병하인권학교 대표 등 유족도 참석했다.

추모 공연과 씻김굿이 진행되는 동안 추모객이 앉은 좌석 곳곳에서는 깊은 한숨이 이어졌다. 안 치안감의 약력이 읊어지는 도중에는 그를 기리는 듯 기도하는 추모객도 있었다.

약력 중 1980년 5월 25일 안 치안감이 이희성 전 계엄사령관에게 '시민들에게 총부리를 겨눌 수 없다'며 발포 명령을 거부한 대목에서는 추모객 여러 명이 고개를 떨궜다.

91세의 나이로 추모식장을 찾은 전 여사는 깊은 생각에 잠긴 듯 남편의 약력이 읊어지는 내내 눈을 감고 있었다.

이날 추모식에는 전국 경찰공무원직장협의회(직협) 회원들도 함께해 그 의미를 더했다. 민관기 전 직협회장 등 경찰 10여 명은 정복을 갖춰 입은 채 추모식장을 찾았다.

이들은 안 치안감의 부인 전임순 여사, 아들 안호재 안병하인권학교 대표와 인사를 나누며 고인의 뜻을 이어받을 것을 다짐했다.

또 추모객을 향해 거수경례하며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할 것을 약속했다.


추모식은 유족들을 시작으로 행사 참석자, 시민 순서로 헌화·분향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인사말에 나선 안 대표는 "42년 전 정치 지향적인 일부 공직자들은 본분을 내팽개치고 출세에 혈안이 됐었다. 부친은 당시 전남 경찰의 수장을 맡으면서 출세 대신 본분을 다하는 길을 택했다"며 "결국 광주가 계엄군에 진압되면서 신군부는 부친과 전남경찰에 대한 보복을 하기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처럼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시민들을 지키고자 공직자의 본분을 다하던 중 희생됐던 경찰이 많다. 시민들을 지키려다 숨진 경찰은 영웅으로서 대우를 받아야 한다"며 "이들을 예우하고 업적을 기릴 만한 공간이 5·18 민주광장에 마련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안 치안감은 6·25 한국전쟁에 참전한 뒤 중령으로 예편, 1963년 치안국 총경으로 특채돼 경찰에 임용됐으며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경찰국장으로 재직했다.

당시 그는 시민들의 희생을 우려해 시위 진압 경찰관의 무기 사용·과잉 진압 금지를 지시했다. 이후 신군부 지시에 불복했다는 이유로 보안사령부로 연행돼 고초를 겪고 면직된 뒤 고문 후유증으로 8년간 투병하다 1988년 순직했다.

이후 안 치안감의 민주경찰로서의 면모가 역사적으로 재조명되면서 2002년 5·18민주화운동유공자로 선정됐다. 또 2005년엔 서울 국립현충원 경찰 묘역에 안장됐으며 2006년 순직을 인정 받아 국가유공자가 됐다.

2015년엔 국가보훈처 선정 6.25 전쟁 영웅으로 선정됐다. 정부는 안 치안감이 경찰의 명예와 시민 보호의 경찰 정신을 끝까지 지켜낸 것으로 평가하고 지난해 11월 국무회의를 거쳐 별세 당시 '경무관'에서 한 계급 높은 '치안감'으로 특진 추서했다. 경찰청은 안 치안감을 경찰영웅 1호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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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나주 / 김재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