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혁신 가이드라인 따라 개선 계획 확정
62개 공기업 LTV 미적용 등 사내 대출 운영
무상교육 고교생 자녀 학자금 규정도 폐지
대부분 임단협 사항…노사 갈등 확산 우려
신용보증기금은 근속연수 2년 이상 무주택 직원에게 최대 1억3000만원의 주택자금을 연 1.7%의 초저금리에 빌려줬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정부 지침을 넘어서는 85㎡ 이상 주택에도 최대 1억6000억원의 사내 대출을 지원했다. 한국관광공사는 1년만 재직해도 직원에게 1억원이 넘는 주택 구입 자금을 연 1.6%에 대출했다.
정부가 공공기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특혜 대출 등 '신의 직장'으로 불릴 정도의 과도한 복리후생에 제동을 걸었다. 1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최상대 기재부 2차관 주재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공공기관 복리 후생 개선 계획을 확정했다.
학자금·경조사비·기념품비 등 복리후생 비용 관련 9개 항목에 대해 206개 기관이 360건의 개선 계획을 수립했다. 한국수자원공사 등 62개 기관은 저금리 혜택은 물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적용하지 않는 등 과도하게 운영해 온 임직원 대상 사내대출 제도를 공공기관 혁신에 관한 지침에 따라 개선하기로 했다.
혁신지침에 따르면 융자 지원시 금리는 '한국은행 가계자금대출금리'를 하한으로, 한도는 주택자금의 경우 7000만원, 생활안정자금은 2000만원을 상한으로 한다. 주택구입자금 융자는 무주택자가 85㎡이하 규모의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지원하고, LTV 적용·대출물건에 대해서는 근저당권 설정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한국지역난방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한국도로공사 등 27개 공기업은 LTV 미적용 저금리 주택자금 사내 대출을 운영 중이다. LTV 규제를 받지 않는 사내대출로 해당 공기업 직원들은 시중은행에서 LTV 규제 한도까지 추가로 대출을 받아 주택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지속적인 금리 인상으로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7%대까지 치솟으며 서민들의 가계 부담이 급격히 불어난 가운데 공기업에서는 직원에게 여전히 2% 안팎의 금리로 1억∼2억원의 주택 구입 자금을 빌려주고 있었다.
정부는 지난해 공공기관 사내 대출에도 LTV 규제를 적용하고 금리·한도를 조정하도록 혁신지침을 마련했지만 상당 수 공기업이 관련 지침을 따르지 않았다.
정부가 이처럼 형평성에 어긋난 과도한 대출 제도에 칼을 빼들면서 36개 공기업 중 27개 기관이 모두 사내대출 개선하겠다고 꼬리를 내렸다. 이 중 15개 기관은 올해 말까지 개선을 완료하기로 했다.
고교 무상교육으로 고교생 자녀에 대한 학비 부담이 줄어든 상황에서도 자녀 학자금을 지원해오던 근로복지공단 등 72개 기관도 관련 규정을 폐지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은행 등 3개 기관은 영유아 무상보육 시행에도 기관 자체적으로 운영하던 보육비 지원을 없애기로 했다.
문화예술위원회원회 등 16개 기관은 장기근속자 안식휴가 등 과도한 휴가 제도를 국가공무원 수준으로 축소 또는 폐지한다. 일부 기관에서 직원 본인이나 배우자의 조부모 회갑 등 가족 행사때 부여하던 특별휴가를 폐지키로 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138개 기관은 국가공무원 수준에 비해 과도하게 지원하던 경조사비·기념품비 등에 대한 지급 규모를 축소한다.
감사원 등 외부 지적사항을 반영해 유사사례도 정비한다. 한국전력 등 14개 기관은 해외파견자 자녀 학자금을 지원할 때 '공무원 수당규정' 등을 준수하도록 지급 규정을 정비한다. 공무원 수당규정 상 무상교육을 실시 중인 영어권 국가는 원칙적으로 지원을 제외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등 17개 기관은 과도한 수준으로 지급하던 퇴직금 지급요건을 공무원 수준으로 개선한다. 일부 기관이 명예퇴직 대상 선정 시 10년 이상 근속을 기준으로 하고 있으나 공무원 수준(20년 이상 근속)에 준하기로 했다. 강원랜드 등 161개 기관은 관행적으로 유지해오던 창립기념일 유급휴일 운영을 무급휴일 또는 정상근무로 전환한다.
기재부는 각 공공기관이 제출한 혁신 계획이 정상적으로 이행된다면 내년도 복리후생비는 2021년 기준 8594억원 대비 2.2%(191억원)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각 공공기관이 밝힌 계획대로 과도하다고 판단된 복리후생 제도가 개선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같은 복리후생이 대부분 노사 임금·단체협약에 규정돼 있어 노조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노조가 강하게 반대할 경우 노사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이미 공공기관 노조는 정부의 혁신 가이드라인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는 확정된 혁신계획에 따른 기관별 이행 실적을 분기별로 점검하고, 반기별로 공운위에 보고해 그 결과를 경영평가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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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 한지실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