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300여명, 설명회 시작 전부터 행사장 점거
호루라기·소고까지 동원하고 몸싸움까지 벌어져
서울 마포구 상암동 자원회수시설(소각장) 신설과 관련된 주민설명회가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로 무산됐다.
서울시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선정위원회는 18일 오후 3시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3층에서 상암동 입지 후보지 선정과 관련한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하지만 소각장 설치를 반대하는 마포구 주민들로 구성된 '소각장 추가설치 백지화투쟁본부'는 오후 1시부터 누리꿈스퀘어 앞에서 설명회 저지 집회를 열었다.
주민 300여명은 엑스표가 그려진 마스크를 쓴채 '소각장 추가 결사반대', '특정지역 말살하는 살인행정 중단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연신 "백지화"를 외쳤다. 일부 주민들은 얼굴을 가리기 위한 가면을 쓰기도 했다. 이들은 "마포구는 이미 소각장이 있다. 지금도 매일 750톤을 태우고 있다. 그런데 서울시는 추가로 또 짓겠다고 한다"며 "그렇게 되면 마포구는 서울 시민이 배출하는 쓰레기의 절반 이상을 날마다 소각하는 동네가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주민들은 오후 2시20분께 설명회가 열리기로 한 회의실로 이동해 미리 와있던 서울시 관계자들과 고성과 함께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단상에서 "폭력행사를 자제해달라. 업무방해로 고소·고발을 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으나, 주민들은 호루라기, 부부젤라를 불거나 소고까지 치면서 더욱 격렬하게 항의했다.
급기야 일부 주민들이 단상을 점거하면서 행사장 전체가 아수라장이 되자, 서울시 측은 오후 3시 "오늘 설명회를 취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주민들은 박수와 환호성을 외치기도 했다. 주민들은 서울시 관계자들이 행사장을 떠난 이후에도 한시간 넘게 "소각장 백지화", "오세훈 물러나라"를 외치며 집회를 이어갔다.
한편 설명회는 입지선정위원회에서 실시한 타당성조사 결과 마포구가 94.9점으로 선정된 것에 대해 서울시가 주민들에게 설명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위원회는 이번 설명회에서 주민들 요구에 따라 '위원회 회의록'의 비공개 부분을 추가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이날 설명회가 무산되면서 공개여부를 재차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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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 이병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