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방위개념 광주 자치구 명칭 변경될까

광주시, 자치구 명칭 변경 토론회…학계·전문가·시민 등 참석
"도시 발전의 비전과 방향·지역적 일체감 줄 명칭 검토 필요"
"동·서·남·북 명칭은 일제식 방위작명법…극단적 행정편의주의"
"주민의견 수렴·적극적 홍보·공감대 형성·관련 지자체 고려해야"

'동구·서구·남구·북구' 등 무미건조한 방위개념의 광주 지역 자치구 명칭이 변경될까.

광주시가 18일 오후 시청 2층 무등홀에서 '내일이 빛나는 기회도시' 광주를 위한 자치구 명칭 변경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는 학계·전문가·광주시 관계 공무원 등 6명의 토론 참여자와 자치구 공무원·시민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민현정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광주시 자치구 명칭 변경 주요 쟁점과 고려사항' 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방위개념 명칭은 정체성과 차별성이 담긴 도시브랜드라고 하기 어렵기 때문에 명칭 변경 논의과정에서 도시 발전의 비전과 방향, 구민에게 자긍심과 지역적 일체감을 줄 명칭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자치구의 미래 지향과 도시발전방안을 정확히 제시하고 명칭변경사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이는 지역 명칭변경의 논리가 되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민 책임연구원은 "단순한 이미지 개선이 아니라 도시이미지를 혁신하는 이미지 혁신으로서 명칭 변경과 개명이 혁신방안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지역 특색을 살리는 발전방안을 제시하고 추진해 거주민의 자긍심을 고취해야 한다. 지역민 대상 홍보와 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가나 다른 공행정주체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칭 변경이 지적제도·도로교통·우편배달 등 공익과 직접적 관련을 갖게 되는 등 지자체 관할 구역을 넘어서 범지역적 의미를 갖는다면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 제한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영일 전 화순문화원장은 "행정구역의 명칭은 지역의 역사와 문화·전통을 담은 특성을 살리고 정체성을 담아야 한다. 천편일률적인 동·서·남·북 명칭은 극단적인 행정편의주의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밝혔다.

이 전 원장은 "동·서·남·북 행정구역 명칭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1910년 일제 강제 합병 이후 지역의 이름이 관청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이니 거리, 상중하 등의 개념으로 바뀌었다"며 "이는 일제식 방위작명법"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원장은 동구는 서산(瑞山·서석산 상서로운 빛고을)구나 동화(東和·동방의 태양 빛고을)구로, 서구는 성호(晟湖·밝은 호수)구로, 남구는 의송(義松·정의롭고 늘푸른 소나무)구나 의림(義林)구로, 북구는 흥덕(興德)구 또는 충효(忠孝)구로 개정하는 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영철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방자치단체의 명칭 변경은 자치단체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일의 일환으로, 해당 단체의 발전 지향성을 되돌아보며 이미지를 새롭게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도시의 확대로 방위개념이 맞지 않게 됐다. 대표적 사례가 서구이다. 광산구가 편입되면서 서구는 도시 정가운데 위치하게 됐지만 방위개념에 따른 서구라는 명칭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명칭 변경을 진행한다면 주민들의 의견 수렴이 가장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석웅 광주시 자치행정국장은 "광주시는 1973년 구(區)제를 도입하면서 동구와 서구 2개 자치구를 운영했다. 1980년 북구·1988년 광산구가 설치됐으며, 1995년 서구에서 남구가 분구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명칭 변경을 추진 중인 부산 북구의 사례를 비춰볼 때 주민 공감대 형성과 의견수렴이 중요하다"며 "앞서 명칭변경 서명운동, 스토리 공모, 구 명칭 공모 등 적극적인 홍보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화순군은 2020년 1월 1일부터 동·서·남·북 방위를 구분한 일본식 행정지명을 일부 변경했다"며 "2019년 10월 행정구역 명칭을 변경하는 내용의 주민 찬반 투표 결과를 반영해 북면은 백아면으로, 남면은 사평면으로 변경했다"고 화순군의 명칭 변경 사례를 소개했다.

또 "이서면을 무등산면으로 변경하는 것은 사전 설문조사와 주민 찬반 투표에서 대다수의 주민이 희망했지만, 무등산 인근 지방자치단체(광주시·담양군)와 관련한 명칭은 사용할 수 없다는 과거 유사 대법원 판례에 따라 잠정 보류됐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타 지방자치단체와 공유하는 자연지명 등 각종 고유명사로 행정구역 명칭을 변경할 때는 관련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의 이익 침해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국장은 인천 미추홀구(변경 전 남구) 사례를 설명하며 "1차 주민의견조사에서 반대의견이 더 많이 나왔지만, 적극적인 홍보와 공감대 형성 노력 등으로 2차 주민의견조사 결과 찬성이 더 많이 나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강기정 시장은 "방위개념에 근거한 천편일률적 동·서·남·북 명칭을 바꾸기 위한 전면적 논의를 시작한 것은 광주시가 처음으로, 이번 토론회를 통해 소기의 성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공감대 형성과 의견수렴이다. 이후 정부에 재정지원 등을 적극적으로 건의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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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나주 / 김재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