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틴 "TTX 통해 전체 점검…양국 정부간 협의도 심화"
韓 '자체 핵무장론' 달래기 위한 카드…"한국인 신뢰 얻도록 노력"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F-22, F-35, 레이건 항공모함전단 등 미국의 주요 전략자산 전개가 더욱 잦아질 전망이다.
특히 확장억제공약의 실행력을 담보하기 위한 미국의 주요 전략자산 전개에 한국 측의 목소리가 더욱 많이 담기게 됐다.
국방부는 31일 오후 서울 용산 국방부청사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이 같은 내용의 한미 국방장관회담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양국 장관회담은 지난해에 이어 네 번째로 진행된 것으로, 지난해 11월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된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이후 약 3개월만에 개최됐다.
이종섭 장관은 회담 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 보장을 위해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조치들을 공동으로 재확인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대응하기 위한 동맹의 능력과 ▲정보공유 ▲공동기획 및 실행 ▲동맹 협의체계 등을 지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먼저 정보공유 분야에서는 북한의 핵 위협 관련 정보공유 범위를 확대한다. 공동기획 분야에서는 올해 SCM 개최 이전에 한미 맞춤형억제전략(TDS) 개정을 완료할 예정이다.
공동실행 분야에서는 북한의 핵 위협 억제 및 대응방안을 실질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다음 달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DSC TTX)를 실시한다. 협의체계 분야에서는 북한 핵 위기 시 한미위기관리 협의체를 활성화해 의사결정 전 과정에서 한미가 긴밀히 협력한다.
특히 이 장관은 "지난해 말 미국의 전략폭격기 전개 아래 시행된 연합공중훈련이 동맹의 다양한 억제능력을 현시하는 것임에 공감하고, 앞으로도 적시적이고 조율된 전략자산 전개가 이루어지도록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기자회견 이후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적시적으로 조율된 전략자산 전개가 어떤 것이냐'는 질의에 "F-22, F-35 등은 물론, 앞으로 이런 것들을 조금 더 많이 (전개)할 것"이라며 "양국 전부간의 협의도 심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TTX를 실시해 한미 양국의 모든 것을 다시 한번 점검해 만반의 준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남아시아 및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안보협력 강화를 위해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는 방안에도 합의했다.
이 장관은 "지난해 11월 프놈펜 정상회의에서 3국 정상이 합의한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를 촉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함께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 조만간 시행될 한미일 안보회의(DTT)에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오스틴 장관은 "한미일 3국 협력이 모두의 안보를 강화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고위급 대화를 통해 F-22, F-35, 로널드레이건 항공모함전단 등의 자산을 배치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동남아에서 협력을 심화하기로 합의하는 등 보다 긴밀히 협력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전반기 연합연습 포함 양국의 연합연습 및 훈련 강화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시도 등 안보환경 변화 반영 ▲올해 연합야외기동훈련 규모·범위 확대 및 대규모 연합합동화력시범 시행 ▲양국 인태전략의 연계성 강화 ▲정전 70주년 기념 한-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 회담 개최 등에 대해서도 협의했다.
이번 회담에서 양국 장관이 '변함없는 한미동맹'과 더불어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에 방점을 둔 것은 최근 한국에서 제기되고 있는 '자체 핵무장론'과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최종현학술원이 30일 발표한 '북핵 위기와 안보상황 인식'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독자적인 핵 개발이 필요한지에 대해 응답자의 76.6%가 필요하다(매우 그렇다 15.9%, 어느 정도 그렇다 60.7%)고 답했다. 한국의 핵 개발 능력에 대해서도 72.4%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처럼 미국의 확장억제공약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이에 따라 자체 핵무장론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이번 회담에서 확장억제 실행력을 강화해 자체 핵무장론을 달래겠다는 심산으로 풀이된다.
양국 국방장관 회담 후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 접견에서도 오스틴 장관은 "한미동맹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한 혈맹이자 동북아 안보의 핵심축이며 그 어느때보다 강력하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미 간 확장억제 실행력을 더욱 강화해 한국인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한국 여론을 의식한 듯한 발언도 했다.
한편 이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무기를 지원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의에 대해 "전날 나토(NATO) 사무총장과 대화하는 시간이 있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상황을 설명했고, 국제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공감했다"며 "무기 지원과 관련된 부분은 구체적으로 답변 안 드리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오스틴 장관은 '한반도의 실질적 비핵화가 가능한가'라는 질의에 "한미 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는 오랫동안 이어진 것"이라며 "미국의 한국 방위공약은 공고하다. 비단 슬로건만이 아니며, 이것은 확장억제 공약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양국 정부가 확장억제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고, 이런 것들을 위해 함께 협력하고 있다. 상황 전개에 따라 확장억제를 강하게 해서 동맹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스틴 장관은 이날 양국 국방장관 회담과 윤 대통령 접견을 마치고 오후 6시 출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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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임정기 서울본부장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