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노조에 15일까지 서류 비치 등 보고 요구
제출 않거나 미비점 발견 시 과태료 부과 등 조치
노동계 "실체 없는 사유…내지 요구, 자주성 침해"
정부가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강화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노조에 자체 점검 결과 보고를 요구하면서다.
그러나 노동계는 정부가 세부 내용까지 확인하려는 것은 "노조 자주성을 해치는 명백한 월권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노정 갈등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오는 15일까지 노조로부터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 등 비치·보존 의무이행 여부를 보고받는다고 1일 밝혔다.
앞서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지난해 12월26일 브리핑에서 노조가 노조법에 따라 이를 잘 지키고 있는지 자율점검기간(12월29일~1월31일)을 운영하고, 그 결과를 보고받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노조법 제14조는 '노조는 조합설립일부터 30일 이내에 조합원 명부, 규약, 임원의 성명·주소록, 회의록,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를 작성해 사무소에 비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이러한 서류를 3년간 보존하도록 했다.
이에 고용부는 이날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조합원수 1000명 이상의 단위노조와 연합단체 334곳에 '점검결과 보고요구'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을 받은 노조는 서류 비치·보존 여부를 확인해 오는 15일까지 고용부에 점점 결과서와 증빙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노조법 제27조에 따르면 노조는 행정 관청이 요구하는 경우 결산 결과와 운영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서류 비치·보존 여부를 확인하는 것인 만큼 서류 전체를 내라는 것이 아니고, 서류 표지 1장과 서류 중에 부담이 없는 내지(內紙) 1장만 내면 된다"며 "결산서라면 결산서임을 확인할 수 있는 페이지면 된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지방노동관서별로 전담 감독관을 지정해 노조가 점검 결과서를 원활히 작성·제출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다만 이를 제출하지 않거나 제출한 자료를 검토한 결과 서류 비치·보존 상황에 미비점이 발견되는 등 법 위반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 노조법에 따른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등 엄정 대응할 방침이다.
이 장관은 "이번 점검은 노조 회계 투명성을 위해 가장 기본적인 조합원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라며 "조합 운영의 민주성과 자주성을 확보하는 첫 걸음인 만큼 이번 점검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밝혔다.
그러나 노동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어 노정 간 충돌이 예상된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 법 조항은 노조에 비리 등이 발생했을 경우 등 조사할 필요가 명백할 때 특정된 것"이라며 "지금처럼 '회계 투명성 제고'라는 추상적이고 실체가 없는 사유는 사유로 인정될 수 없다"고 했다.
특히 정부가 서류의 '내지'를 요구한 데 대해서는 "이는 노조법 관련 규정 어디에서도 근거를 찾을 수 없는 것"이라며 "명백한 월권이자 자주성 침해이며 노동탄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노총은 향후 산하 조직에 이번 요구에 관한 대응 지침을 마련해 공동 대응할 방침"이라며 "고용부는 노조에 대한 개입과 간섭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파국적 노정 관계로 흐른다면 그 책임은 명백히 정부에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는 지난해 12월18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고위 당정 협의회에서 "노조 활동에 햇빛을 제대로 비춰 국민이 알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고용부는 이번 점검을 시작으로 노조 회계 감사원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법령 개정, 3분기까지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 구축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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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김종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