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토상 잡음 생기면 다시 추진 늦어져"
개포동 일대 입주 폭탄에 단기 영향 미미
"입지 좋은 강남권 결국에는 집값 우상향"
서울의 '마지막 판자촌'으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이 공영 개발 방식으로 추진된다. 12년째 표류 중인 재개발 사업이 속도를 높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8일 서울시와 정비업계에 따르면 구룡마을은 지난 1988년 정부가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도심 내 무허가 건물을 철거하자 이곳에서 쫓겨난 철거민들이 옮겨와 자리 잡은 동네다.
무허가 판자촌 형태로 방치돼 온 구룡마을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2011년 정비사업 계획을 발표하며 개발 계획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지난 2011년부터 정비사업 방안이 논의됐지만 부지 활용 방안과 보상 방식 등을 두고 땅 주인과 지자체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12년 넘게 개발 사업이 표류했다.
그러는 사이 1999년부터 이곳에서만 최소 30건의 화재가 발생했고, 지난달 20일에도 큰불이 났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달 화재가 발생한 구룡마을 현장을 찾아 "진행되고 있는 재개발 사업이 빨리 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서는 계속적으로 지지부진한 구룡마을 개발에 속도를 붙이기 위해 도시개발법에 따른 도시개발사업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기존에 합의를 일으키기 어려운 상황에서 여러가지 메리트를 주기 때문에 사업 속도를 낼 수 있는 부분은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통상적으로 걸리는 시간에 비해 얼마나 빠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다만 넘어야 할 허들이 적지 않다. 우선 용적률을 어느 정도로 올리느냐에 따라 인근 주민 간 갈등이 표출할 우려가 있다. 구룡마을 맞은편에는 2019년 입주한 1957가구 대단지가 자리 잡고 있고, 그 옆으로는 6702가구 규모의 단지가 올해 말 입주할 예정이다. 대모산 조망권이나 교통 체증 문제로 인근 입주민들의 반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토지보상 문제도 이견이 여전해 사업 추진을 위해 넘어야 할 과제다. 주민들은 맞은편 개포동 아파트 단지 수준의 땅값을 기준으로 보상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 분양권 제공 문제를 놓고서도 주민들과 시행사 간 이견이 크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구룡마을은 위치가 좋기 때문에 주택 공급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만 토지 보상에서 잡음이 생기면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기 때문에 토지 보상이 가장 큰 관건"이라고 말했다.
당장 인근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한다. 입주물량 증가로 전세물건이 속속 쌓이면서 일대 전셋값도 덩달아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강남권에서는 이달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4단지 재건축 ‘개포프레지던스자이’(3375가구)를 시작으로 오는 5월 강남구 '대치푸르지오써밋'(489가구), 6월 서초구 '르엘 신반포 파크애비뉴'(339가구), 8월 서초구 '래미안 반포 원베일리'(2990가구) 등의 입주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구룡마을 개발 사업은 10년 넘게 제대로 된 적이 없기 때문에 이번에도 삽을 뜨기 전까지는 확실한 게 없고 사업을 추진해도 오래 걸릴 수 밖에 없다"며 "개포동 인근에 예정된 입주 물량이 많은 상황이라 이번 발표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입주쇼크는 단기에 그치고, 중장기적으로 대규모 개발이 이뤄지면 집값은 우상향 하게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 대표는 "단기적으로 입주물량이 늘어날 때는 주변 지역 전셋값에 영향을 주지만 가락동 헬리오시티 사례처럼 입지가 좋은 곳은 공급이 크게 늘어나게 되면 결국에는 회복이 돼서 가격 상승을 이끌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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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윤환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