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금융기관 국내 참여 허용…운영시장 연장
"일상 거래 변동성 완화…국내 경기 변동 헤징"
"외국인 자본 영향력 확대…위기 대응 장치 必"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규모와 경쟁력 키워야"
정부가 내년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해외 소재 외국 금융기관(RFI)의 국내 은행 간 외환시장 참여를 허용하는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외환거래의 자유화를 높이는 방향성은 꼭 필요하지만 해외 자본의 유입이 커짐에 따라 갑작스러운 위험 요인을 감시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8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현재 국내 외환시장은 원화의 역외 외환시장 거래가 불가능하고, 국내에서 거래해야 하는데 RFI가 국내 은행 간 외환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없다. 국내 외환시장의 운영 시간도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라서 해외 투자자들의 참여가 제한적이다.
정부는 이 같은 구조가 무역 규모나 자본시장에 비해 국내 외환시장 성장을 막고 있다고 보고, 25년간 폐쇄적으로 운영해온 외환시장을 선진화해 RFI의 접근성을 높이겠다고 판단했다.
이에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지난 7일 '외환시장 개선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로써 일정 요건을 갖춰 정부의 인가를 받은 RFI는 국내 은행 간 시장에 직접 참여가 가능해진다. 외환시장 개장 시간은 런던시장 마감 시간에 맞춰 새벽 2시까지 연장된다. 정부는 이르면 내년 초부터 6개월간 시범운영한 뒤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반드시 필요했던 개선방안이라면서도 해외 자본의 유입에 따른 예상치 못한 위험 요인을 감시하고, 대응하는 방안이 수반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일상적 거래의 변동성 완화…국내 경기 변동 헤징"
외환시장의 구조를 바꾸는 시도는 1948년 정부 출범 이래 첫 시도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굉장히 큰 폭의 제도 개선이다. 외환위기 당시 경험한 트라우마를 벗어나 반드시 필요하고 환영할만한 조치"라며 "역외 거래를 완전히 자유화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효과는 상당히 근접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봤다.
황 위원은 "외국 금융회사들이 서울 외환시장에 들어와서 외환거래를 하면 그만큼 외환시장의 유동성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다음 아마 일상적 거래에 있어서는 변동성도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도 해외 자본이 유입되고 외환시장의 거래 규모가 확대되면 변동성이 완화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김효상 대외경제연구원 국제금융팀장은 두 가지 측면의 긍정적인 요인을 짚었다. 선진국 반열에서 금융시장을 개방해 향후 경제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거시적 측면과 오히려 국내 경기 변동을 헤징(가격변동으로 인한 손실을 막기 위해 실시하는 금융 거래행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김 팀장은 "실질적 측면에서 외환시장의 대외 개방도를 높이면, 국내의 경기변동 리스크를 해외 자본이 감당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며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 있다는 측면에서 금융시장을 더 개방해서 향후 경제성장 동력을 찾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역외시장의 거래가 가진 위험성을 가능한 범위 내에서 국내로 끌어들이려 노력한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논의가 처음 시작됐을 때 시장 모니터링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번 안은) 그런 부분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외국인 자본 영향력 확대될 것…위기 대응 장치 必"
국내 외환시장의 성장이라는 긍정적 측면 이면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할 시장 부작용도 존재한다.
황 위원은 "우려되는 부분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외국인 자본의 영향력이 예전에 비해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지금도 주식과 채권시장 등에서 가장 크게 가격 영향력을 행사하는 투자자 그룹이 외국인 투자자"라며 "개방 경제에서 이를 반드시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상적 시기에는 외환 변동성은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데, 반대로 위기 상황이 되면 오히려 외환 변동성을 더 키울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그래서 위기 상황에서 컨트롤할 수 있는 대응 장치들에 대한 사전적인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 팀장은 "개방하면 갑작스러운 자본 이탈이 발생하면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우려와 위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나라의 기초 여건이 그 정도는 감당할 수 있다고 본다. 지난해 환율이 1400원대까지 올랐을 때도 원화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고 언급했다.
성 교수는 "외국인 자본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커지는 부분에 대해선 모니터링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필요한 경우 RFI의 자본거래를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수단도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른바 세이프가드 조치로, RFI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시장안정을 위해 강제조치가 불가피할 경우 영업의 일시 정지, 인가 취소 등 직접적인 통제가 수반될 전망이다. 또 현지 당국과 감독 및 협조 체계를 구축해 불법 거래 등 의무를 위반할 시 감사를 실시하는 체계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국내 금융기관의 영향력 약화 우려엔 "역량 높여야"
시장 일각에서는 RFI의 유입이 지나치게 활성화되면 기존 시장 참여자인 국내 금융기관이 외환시장에서 영향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국내 금융기관이 해외 금융기관과도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한다.
김 팀장은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규모와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측면이 있다. 시기적인 문제는 있겠지만 해외 금융기관과도 경쟁할 수 있는 요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해외 금융기관의 국내 외환시장 참여를 막아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국내 금융기관의 역량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개방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RFI가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을 제쳐두고 국내 외환시장에 오고자 하는 유인이 필요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정부 개선방안의 기본방향에 동감한다. 다만 효과를 발휘하려면 외국인들이 우리 시장에 노크해야 하는데, NDF 시장을 버리고 유입될 만큼 그만한 유동성과 시장 메리트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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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