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포화시점 재산정 결과
예상보다 1~2년 앞당겨져…한빛·한울·고리 순
한시적 건식저장시설 불가피, 주민 반대 있어
부지선정 절차 등 담은 특별법 국회 통과필요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의 포화 시점이 예상보다 1~2년 앞당겨진 2030년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재산정 결과가 나왔다. 이에 지역주민들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 통과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0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포화시점 재산정 결과를 발표했다.
재산정 결과에 따르면 사용후핵연료는 지난 2021년 12월 대비 15만9000다발이 추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경수로 7만2000다발과 중수로 72만2000다발 등 총 79만4000다발의 사용후핵연료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사용후 핵연료란 원자력 발전을 통해 전기를 만드는 데 사용됐던 우라늄 연료를 뜻한다. 높은 열과 방사능을 지닌 만큼 안전을 위해서는 특별 관리가 필요하다. 열과 방사선량을 낮추기 위해 습식 또는 건식저장시설에서 일정기간 보관해야 하며, 현재는 원전 부지 내 저장 시설에 보관되고 있다.
하지만 원전 부지 내 저장은 원전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한시적으로 관리하는 것일 뿐 지속 가능한 방안이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영구처분시설을 마련해 생활권에서 영구히 격리해야 한다.
게다가 부지 선정부터 쉽지 않다. 기술적인 문제가 아닌 주민 동의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산 기장군은 지난 7일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 안건에 상정된 '고리원자력본부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건설 기본계획'에 주민 동의 없는 건설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상당한 시간도 소요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대체로 부지 선정 조사계획을 수립하고 최종 선정까지 약 13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당장 10년도 채 안 돼 저장시설이 포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이번에 한울원전 저장시설은 2031년에서 1년 앞당겨진 2030년에 포화될 것이란 재산정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2031년 한울원전, 2032년 고리원전 순으로 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울원전은 지난 2021년 12월 기본계획보다 1년 앞당겨진 셈이다.
다만 고리원전은 예상보다 1년 미뤄졌다. 이에 대해 이승렬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국장은 "고리원전은 앞서 기본계획 수립 시 고리 2호기의 조밀저장대 설치를 검토하지 않았지만,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계속운전이 반영되면서 여타 원전과 동일하게 고리 2호기에도 조밀 저장대를 설치하는 것으로 가정하면서 미뤄진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저장시설 첫 포화 시점이 7년으로 앞당겨지면서, 한시적으로 원전 내 건식저장시설 건설이 불가피해졌다. 원전 내 건식저장시설은 금속과 콘크리트 용기에 담아 방사선을 차폐하고 자연대류를 통해 열을 냉각하는 저장시설로 원전 부지에 건설한다.
이 국장은 "원전 내 건식저장시설 건설로 지역주민들의 영구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의 조속한 통과가 필요하다"며 "주민들과 소통을 지속하며 설계 방향이 구체화되면 설명회와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청취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현행 방사성폐기물관리법은 방폐물 관리에 관한 일반적 사항을 다루고 있지만, 고준위 방폐물 관리시설 부지 선정 절차 등에 관한 근거를 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부지 선정 절차와 유치지역 지원 등에 관한 근거를 담은 특별법 제정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이 국장은 "고준위 방폐물 관리 문제는 장기간 난제로 남아있었지만 10여년 공론화를 거쳐 3개의 특별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라며 "좌우를 떠나 꼭 필요한 시설이며, 법안의 조속한 통과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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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