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시간에 술에 취한 20대 남성을 자동차전용도로에 내리게 해 교통사고로 숨지게 한 택시기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는 유죄가 인정됐다.
부산고법 울산제1형사부(재판장 박해빈 부장판사)는 유기치사 혐의로 기소된 택시기사 A(69)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40시간을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2심 재판부는 유기치사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이같이 판결했다.
A씨는 2019년 4월 울산 중구의 한 버스정류장 인근 도로에서 술에 취한 20대 남성 B씨를 택시에 태웠다.
B씨는 목적지인 울산대학교 정문에 도착하자 다시 인근의 율리 버스종점으로 이동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후에도 B씨는 온산지역으로 가 달라고 요청하자 A씨는 목적지로 택시를 몰았다.
그러다 갑자기 B씨가 내려 달라고 요구했고 이에 A씨는 자동차전용도로의 갓길에 택시를 세워 B씨를 내리게 했다. 이후 술에 취한 B씨가 30여 분간 방향 감각을 잃고 도로를 헤매다 다른 차에 치여 숨지자 A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술에 취한 피해자를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태워줄 의무가 있는데도 자정에 가까운 야간에 가로등이나 다른 불빛도 없고, 사람의 통행이 불가능한 자동차전용도로에 내리게 했다"며 A씨 과실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A씨는 B씨가 세워 달라고 한 곳에 화물차가 있었다며 B씨가 화물차 기사인 줄 알았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고 당일 과음을 했다고 볼 수 없고, 택시 승차 당시의 영상에도 비틀거리거나 차선을 넘는 모습 없다"며 "사고 장소는 평소 대형 화물차들이 상시 주차해 있어 피고인은 피해자가 화물차 기사인 줄 알았고, 거듭 내려 달라는 요구도 묵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무죄로 판단했다.
당시 피해자가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위태로운 상태가 아니라서 유기치사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검찰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고, 공소장 변경을 통해 예비적 공소사실인 업무상과실차사 혐의를 추가했다. 사고 위험이 높다는 사실을 알고도 피해자를 택시에서 내리게 했다는 것이다.
2심 재판부는 "택시기사는 승객으로 태운 피해자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보호하고, 안전조치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그런데도 술에 취해 비정상적으로 하차 요구를 하는 피해자를 자동차전용도로 갓길에 내리게 해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그 죄가 무겁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범행을 인정하고 잘못을 반성하는 점, 하차를 요구한 피해자의 과실도 있는 점, 피해회복을 위해 상당 금액을 공탁한 점 등을 참작해 피고인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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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본부장 / 최갑룡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