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재위, 14일 조세소위 열어…'K칩스법' 입안 기대
설비투자 세액공제, 대·중견기업 15%, 중소기업 25%
야당 반대로 통과 여부는 미지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14일 조세소위를 열고 일명 'K칩스법'으로 불리는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정부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업계는 조속한 입법화로 침체에 빠진 반도체 업계에 활력이 되길 기대하지만 야당의 반대로 난항이 예상된다.
◆반도체협회 "공제율 상향, 투자·고용에 도움"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최근 글로벌 경기둔화, 금리 인상, 반도체 불황 등 경제여건 악화로 민간의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도체업계의 중장기적 투자계획 수립을 위해 2월 내 신속한 입법 추진을 국회에 건의했다.
그동안 반도체협회와 기업들은 치열한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정책 추진을 적극 건의해왔다. 특히 주요 경쟁국의 대규모 보조금·세액공제 등 정부 차원 지원 공세에 맞서 한국에서도 시설투자 지원 확대를 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반도체를 비롯한 국가전략기술의 설비투자 세액공제를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높이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여기에는 직전 3년 동안 연평균 투자금액을 초과해 투자하는 경우 올해까지는 10% 추가 공제를 해주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추가공제 적용 시 대기업은 최대 25%, 중소기업은 최대 35%까지 세액 공제가 가능하다.
반도체협회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공제율 상향 비율은 중소기업의 투자와 고용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대표적인 장치 산업인 반도체 제조업은 세계 수준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글로벌 대기업의 생산시설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통해 소부장 중소·중견기업의 매출이 크게 늘고, 국내 소부장 기업의 기술·제품 개발, 설비투자 확대 등 연쇄적 생태계 강화 효과가 크다"고 기대했다.
협회는 대기업 설비투자의 20%가 국내 장비 중소·중견기업 매출로 직결되고, 생산시설 운영에 따른 국내 소재·부품기업 지출도 연평균 1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최근 대기업과 협력을 기반으로 최초 국산화, 최첨단 기술력 확보에 성공한 국내 소부장 기업의 성장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여야, 여전히 대치중…조세소위 법안 상정도 합의 안돼
하지만 업계의 희망대로 K칩스법이 이달 중에 처리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여당은 조특법 관련 사항을 최우선 법률로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대기업 세제 혜택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는 등 여야 합의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최근 "반도체 산업의 위기는 바로 국가경제 위기로 이어지는 만큼 경쟁국들과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이미 미국은 지난해 7월 통과된 칩스법을 통해 미국 내 시설투자액의 25%를 세액공제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반면 우리나라는 작년말 어렵게 통과한 K칩스법 시설투자세액 공제율은 고작 8%에 불과하다"며 "반도체 세제지원을 위한 추가 방안을 제시한 만큼 국가전략기술설비투자 세액 공제를 대폭 높이는 방안을 2월 국회에서 신속히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은 중견·중소기업 투자공제율 상향엔 대체로 긍정적이지만 대기업 세제 혜택엔 부정적인 상황이다. 현재 기재위 조세소위는 민주당 7인, 국민의힘 4인, 정의당 1인으로 구성된 만큼 야당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기재위 조세소위에 속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을 갖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재벌에 9조원을 몰아주는 특혜법"이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장 의원은 "이번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삼성은 3조2000억원, 하이닉스는 8000억원을 매년 감면받을 수 있다"며 "기존 8% 공제에 비해 삼성과 하이닉스는 매년 1조9000억원의 추가감면을 받게 된다. 5년간 9조2000억원의 현금을 삼성과 하이닉스에 쥐어주게 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역시 정부안에 부정적이다. 신동근 민주당 기재위 간사는 전날 오후까지도 뉴시스와 통화에서 "안건을 논의할지 여부도 아직 간사끼리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반도체 역대급 불황…인텔·마이크론·SK하닉 등 줄줄이 적자
현재 반도체 업황은 역대급 위기를 맞은 상황이다. 세계 2위 반도체 패키징 업체인 미국 앰코테크놀로지는 최근 수요 감소로 일주일간 중국 상하이 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영국 반도체 기업인 ARM은 중국 법인 직원을 대거 해고하기도 했다.
지난해 미국 인텔의 영업손실은 7억 달러(약 8800억원)에 달했으며, 마이크론도 6500만 달러(830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한국 역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2700억원으로 전년보다 96.9% 줄며 적자만 겨우 면했다. SK하이닉스는 영업손실 1조7012억원으로 10년 만에 분기 영업적자를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9년 연속 수출 1위 품목이자 우리나라 제조업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어져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선제적인 대비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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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행정 / 윤환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