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맞아도 확진되는데"…영유아 접종 '시큰둥'

13일 18시 기준 접종 3건…예약 1065명
백신 부작용 우려, 유행 안정 영향 겹쳐
전문가 "고위험군에 백신은 필수 수단"

지난 13일 만 4세 이하의 영유아를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현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부모들은 백신 이상 반응에 대한 우려와 함께 코로나19 유행이 안정세로 접어든 만큼 백신 접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증화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 영유아 중심의 접종 권고는 여전히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5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들은 백신 부작용과 효과에 대한 의문 때문에 자녀의 백신 접종을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 2살, 만 1살 두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30대 오모씨는 "백신을 맞는다고 해도 100% 면역이 된다는 보장이 없다. (백신) 부작용을 감내하면서까지 아이에게 접종하고 싶지는 않다"라며 백신을 접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만 4세 아이의 학부모인 30대 김모씨는 "어른들이 백신을 맞아도 코로나19에 확진된다"면서 "아이가 백신을 맞는다고 해도 (백신 접종이) 큰 의미가 있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에 따르면 만 6개월~4세 영유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지난 13일 오후 6시 기준 접종자는 단 3명에 불과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된 사전 예약자는 누적 1065명으로 이들은 오는 20일 이후 백신을 맞을 수 있다. 영유아 접종 대상에는 화이자의 영유아용 코로나19 백신이 활용된다. 8주(56일) 간격으로 총 3번 접종해야 한다.

이처럼 영유아 접종이 저조한 이유로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코로나19에 확진돼도 치명률이 낮고 현재 유행이 안정세라는 점, 8주 간격으로 3번이나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도 자연 감염으로 면역을 얻은 영유아가 이미 많은 만큼 백신 접종으로 얻을 이익이 적다고 분석했다.

정재훈 가천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는 영유아 백신 접종이 저조한 원인에 대해서 "항체 (양성률) 조사 결과를 보면 감염됐던 아이들은 90%"라면서 "백신접종에 대한 안정성이 접종을 꺼리는 원인 중 하나일 수 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접종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익 자체가 적다는 인식"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은 영유아의 코로나19 치명률이 높다는 점에서 고위험군에 대한 백신 접종을 적극 권고하고 있다. 접종이 필요한 고위험군은 심각한 면역 저하자, 만성 폐 질환, 만성심장질환, 골수 또는 조혈모세포 이식자, 중증 뇌성마비, 다운 증후군 등이다.

방역 당국의 분석에 따르면 영유아의 중증·사망 위험은 접종을 시행하고 있는 5세 이상 소아 및 청소년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2020년 1월부터 현재까지 코로나19 사망자 중 0~4세는 17명으로, 확진 10만 명 당 1.49명이다. 이는 5~9세(1.05명), 10~19세(0.54명)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또한 지난해 11~12월 코로나19로 입원한 17세 이하 환자 6678명 중 51%(3401명)가 0~4세 영유아다.

정 교수는 "고위험군 영유아의 경우 백신 접종은 여전히 중요한 (방역) 수단"이라면서 "고위험군은 여전히 코로나19 재감염률이나 유행 상황에 대한 위험도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고위험군 영유아 백신 접종 홍보와 지원 방법이 계속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역 당국은 영유아 대상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인한 큰 부작용은 현재까지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화이자가 실시한 안전성 관련 임상시험에 따르면 백신 접종 후 가장 빈번하게 나타나는 이상사례는 2~4세에서 주사부위 통증, 피로, 주사부위 발적, 설사, 발열 등이었다. 6개월~2세 미만에서는 자극과민성, 졸음, 식욕감퇴, 주사부위 압통, 주사부위 발적, 발열 등 경미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해외에서도 이상 사례는 드물게 나타났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주요 국가의 통계를 보면, 일본의 경우 백신을 접종한 영유아 10만7564명(1월 20일 기준) 중 보고된 이상 사례는 2건이었으며 사망자는 없었다. 영유아 1836명(1월 3일 기준)이 접종한 이스라엘에서는 보고된 이상사례와 사망 모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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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차장 / 곽상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