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먹거리 찾는다"…현대‧삼성‧GS건설, 국내 수주 목표 낮춰

고금리·원자잿값 상승·미분양 증가…건설 경기 금융위기 이후 최저
현대 10조·삼성 3조·GS 2조↓…"국내 주택 비중 줄이고 선별 수주"

지난 22일 건설 경기 침체와 관련한 뉴시스 취재진의 질문에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부동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 원자잿값 고공행진하면서 올해 주택사업을 축소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레고랜드발(發) 금융 경색에 건설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어려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지난해까지만 해도 여러 주택 사업들로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지만 앞으로는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건설업계가 부동산 경기 침체와 원자잿값 상승 등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악화가 예상되면서 올해 수주 목표치를 낮춰 제시했다. 지난해 건설사들이 레고랜드발 금융 경색에 원자잿값 상승, 미분양 증가, 건설 경기 침체 등 악재가 겹치면서 올해 실적 부진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침체 흐름을 반전시키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건설 경기 침체기에 대형건설사들은 주택사업 비중을 줄이는 대신 수익성이 확실히 보장된 선별 수주와 신사업, 해외사업 확대 등으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국내 10대 건설사 대부분 올해 국내 수주 목표를 지난해보다 낮게 제시했다. 지난해 35조4000억원의 역대 최고 수주고를 달성한 현대건설은 올해 29조1000억원을 수주 목표로 정했다. 지난해 28조원에 달했던 국내 수주 목표액 대비 10조원 가량 줄인 18조6200억원으로 설정한 반면, 해외사업 비중은 3조원 이상 높은 10조47000억으로 잡았다.

또 창사 이래 최대 영업실적을 기록한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대우건설 역시 올해 수주 목표를 하향했다. 지난해 17조원의 수주실적을 낸 삼성물산은 올해 13조8000억원이, 대우건설은 12조3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조7000억원 정도 낮췄다.



GS건설 역시 지난해 16조740억원의 역대 최대 규모 수주실적을 냈으나, 올해는 2조원가량 낮은 14조5000억원을 목표로 제시했다. 해외 수주 목표는 5조원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높였으나, 국내 비중은 약 30% 감소한 9조5000억원으로 설정했다.

DL이앤씨는 유일하게 지난해 수주실적 11조8944억원 보다 2조5000억원가량 증가한 14조4000억원을 목표로 정했다. 다만 국내 주택시장 침체 등을 고려해 국내 수주 목표액은 6조원으로, 지난해 실적 6조3258억원 대비 3000억원 가량 낮췄다.

건설산업 체감경기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 전망치는 56으로, 전월 대비 1.7p(포인트) 소폭 상승했으나, 여전히 50선에 머물며 건설경기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CBSI가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현재의 건설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설업계는 치열한 수주전 대신 선별 수주로 선회하고 있다. 올해 실시된 총 6건의 재개발·재건축 시공사 선정에서 경쟁입찰이 단 1건도 없었다. 지난해 한남2구역을 두고 롯데건설과 대우건설이 격렬한 수주전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사업성이 확보되고, 확실한 수주가 가능한 사업지를 선별하고 있다"며 "올해도 건설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서 무리한 경쟁입찰 대신 선별 수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건설사들은 국내 주택사업 비중을 낮추고, 해외사업·신사업 등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올해에도 해외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중동·동남아 등 주력 시장 내 전략 상품인 에너지, 스마트시티, 인프라를 중심으로 수주를 추진한다. 친환경 에너지와 스마트시티, 홈 플랫폼 등 신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고수익 사업구조로 전환하겠다는 게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설명이다.

GS건설은 세계적인 수처리업체인 'GS이니마'를 앞세운 신사업 확대로 건설업계의 신(新)성장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브라질·스페인·오만·베트남·칠레 등 다양한 나라에서 대규모 해수담수화플랜트 사업을 수주하는 등 선전하고 있다. 수처리 관련 매출은 ▲2019년 2878억원 ▲2020년 2960년 ▲2021년 3160억원 등 꾸준한 성장세다.

또 GS건설 미래 친환경에 집중하고 있다. 친환경 공법의 프리패브(Prefab) 주택(모듈러 주택), 2차전지 배터리 재활용 사업 등 친환경 관련 사업에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건설업계가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해외시장 개척과 신사업 확대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지방을 중심으로 주택 미분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주택경기 하락이 비주택경기의 동반 하락을 초래하고 있다"며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과 지방 사이에 건설경기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향후 일정 기간 국내 주택 경기 침체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어 해외건설 등으로 사업 영역 다각화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해외건설 등 사업 다각화를 하기 어려운 지방 중소건설사들의 경영 여건이 악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