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3만3338가구 예정...강남이 1만3000여 가구
강남지역 올해 입주 물량 전년 대비 4배 증가
개포자이 전용면적 59㎡ 13억→6억…전세 '뚝'
고금리·월세 선호·물량↑…서울 전세가율 52%
"전셋값이 지금보다 더 떨어질 것 같아요."
지난 23일 이달 말부터 입주 예정인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 단지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고금리에 세입자들이 월세를 선호하는 데다, 신규 공급 물량까지 늘어나면서 전셋값이 반토막 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아이들 교육 문제로 강남 지역을 찾는 학군 수요도 줄었다"며 "올해 강남 지역에 입주 물량이 넘치면서 전셋값 하락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고 전했다.
강남 지역 전셋값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전셋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서울 강남·서초구에 올해 1만3000여가구에 달하는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예정되면서 전셋값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올해 서울에는 총 38개 단지, 3만3338가구가 입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20년 5만6784가구에서 매년 줄어 지난해 3만 가구대로 감소했다. 다만 올해 입주 물량 중 27%는 강남권에 집중됐다. 이달 말 3000여가구에 달하는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입주를 시작으로, 8월 서초구 래미안원베일리(2990가구)가 입주하고, 11월에는 강남구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6702가구) 등 순차적으로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강남에서만 올해 1만3000여 가구가 공급 예정으로 지난해 입주 물량에 비해 4배 가량 많다.
고금리 여파로 월세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며 전셋값이 크게 하락했다.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전셋값은 최고가 대비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개포자이프레지던스(전용면적 59㎡)의 전셋값은 지난해 말 13억원에 형성됐지만, 최근 호가는 5억6000만원~6억원대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이 단지의 전세 물건은 총 481건으로 집계됐다.
인근 단지들의 전셋값도 덩달아 하락했다. 지난해 6월 16억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된 래미안블레스티지(전용면적 84㎡)는 올해 1월 8억원에 거래됐다. 현재 전세 호가는 9억원 안팎에 형성돼있다. 또 지난 2021년 5월에 7억원에 계약된 개포주공6단지(전용면적 73㎡)는 지난 1월 4억1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또 지난 10일 은마아파트(전용면적 84㎡)는 4억7000만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 2021년 기록한 최고가 12억2000만원 대비 7억5000만원이 하락했고, 이달 11일에는 최고가 19억원 대비 6억4000만원이 하락 12억6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성사됐다.
매맷값 대비 전세값 비율을 뜻하는 전세가율이 11년여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지수는 한달 새 –3.983% 하락했다. 이는 IMF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8년 5월(6.74%) 이후 최대 낙폭이다. 지난해 11월(-2.188%)과 12월(3.287%)에 이어 하락 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2020년까지만 해도 평균 70%를 상회하던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지난달 52.0%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부동산 침체를 겪은 지난 2012년 5월(51.9%) 이후 10여년 만에 최저치다.
전문가들은 금리가 오르면서 전세 수요가 대거 월세로 전환되고, 입주 물량이 늘어나면서 강남지역 전셋값 하락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신규 입주 물량이 늘어나면서 강남권 전셋값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다"며 "올해 입주 물량이 많은 강남권에서 전셋값 하락세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입주 예정 단지의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인근 단지들의 전셋값도 하락하는 도미노 하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신규 아파트의 입주 물량이 연달아 예정돼 있기 때문에 전셋값 하락 속도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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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윤환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