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사업 이익 초과 시 미국 정부와 공유
현금흐름, 재정여력 등 내부정보 공개 의무
"반도체, 韓 전략 산업…원팀으로 대응해야"
미국 반도체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 세부조항이 발표된 가운데 우리 기업의 기술노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 기업이 가장 우려했던 '가드레일 조항'을 뛰어넘는 '독소조항'이 포함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우리 기업 입장을 반영하도록 협의한다는 입장인데, 미국과 중국 양국 관계를 모두 유지할 수 있는 '이중전략'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제언도 나왔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지원법 인센티브 프로그램 중 반도체 제조시설에 대한 재정 인센티브의 세부 지원계획과 관련 '독소조항'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등 우려 국가에 10년간 투자를 금지하는 가드레일 조항을 감안하면 더 큰 악재가 될 수 있어 정부가 우리 기업 입장을 반영하도록 하는 전략 수립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미 상무부는 반도체지원법 인센티브 프로그램 중 반도체 제조시설에 대한 재정 인센티브의 세부 지원계획을 공고했다. 지난해 8월 발효된 미 반도체지원법은 반도체 시설 투자 인센티브를 포함한 527억 달러(약 69조원)의 재정지원과 투자세액공제 25%를 담은 법안이다.
이 법에 따라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으려면 미국 정부에 기업 재정 여력과 현금 흐름, 고용계획 등 내부 정보를 공개해야 하고, 예상했던 사업 이익을 초과할 경우 미국 정부와 초과분 일부를 공유해야 한다.
미국은 국가안보 차원에서 미국 내 상업생산시설에서 제조된 안전한 최첨단 로직 반도체에 대한 접근권도 갖게 될 전망이다.
이 같은 조항은 우리 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우리 기업의 가장 큰 걱정이었던 '가드레일 조항'(향후 10년간 우려대상국에서의 반도체 제조능력 확장과 관련된 거래를 제한)을 뛰어넘는 기술노출이라는 치명적인 악영향이 예상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지난해 8월 미국이 보조금 지원 전략을 발표할 때 중국에 투자확대를 하지 못하게 하는 조항(가드레일 조항)이 부담이 되는 조항이었는데, 이번에 발표된 세부조항은 그 이상"이라며 "합의를 한 이상의 수익에 대해서 그걸 공유한다는 것 자체가 나쁘다기보다는 투자 계획이랑 그 자체를 먼저 제출을 해야 된다는 것은 부담이 되고 우리에겐 독소조항"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발표되지 않은 '가드레일 조항'의 세부사항에 대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 반도체 기업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SK하이닉스는 우시에 D램 공장을 운영 중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낸드플래시의 40%를, SK하이닉스는 D램의 50%를 중국에서 만든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드레일 조항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되는데 중국은 우리나라가 평생 함께해야 할 관계국가다. 최소한 가이드라인을 지켜가며 미국과는 공식적인 관계, 중국과는 비공식적인 관계를 계속 만들면서 중간에서 이중전략을 실행할 수밖에 없다"며 "반도체는 지금 우리나라의 전략 산업이기 때문에 정부와 기업도 원팀을 만들어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우리 기업 경영에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는 사항에 대해 업계와 대응방안을 논의한 후 미 상무부 등 관계당국에 우리측 입장을 적극 개진해 왔다는 설명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가드레일 세부규정 마련 과정에서 우리 기업 입장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관계당국과 계속 협의할 예정이다. 외교부 역시 필요한 외교적 지원을 다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너무 적극적인 대응은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대 교수는 "정부가 너무 나서서 우리 산업에 대한 방어책을 구축하려고 외교적 노력을 펼치는 게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국가적인 차원에서 과잉 대응을 하기보다는 민간의 역량을 극대화시켜주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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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뉴스 / 백승원 기자 다른기사보기